▽강도 높은 외국인 매수공세=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13일까지 무려 2조60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8일간 매수강도로는 가장 세다. 선물시장에서도 매수공세를 펼쳐 3월물 누적 순매수 규모가 1만3000계약을 웃돌았다. 앞으로도 시장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지난주 미국 전체 주식형 뮤추얼펀드로 38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됐다”며 “이는 작년 9월 초 42억달러가 유입된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공격적 매수의 이면에는 풍부한 자금줄이 버티고 있다는 뜻.
올해 들어 새로 설정된 펀드들의 ‘우량주 재어놓기’ 경쟁도 ‘외국인 사자’ 공세에 불을 지피는 요인. 가격부담이 있지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에만 무려 1조원 이상의 뭉칫돈을 쏟아 부었다.
가파른 달러화 약세도 외국인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사장은 “외국인들은 달러화 기준의 인텔주식을 사는 것보다 원화로 셈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저평가로 인한 시세차익과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등 곱절의 이익이 기대된다는 뜻이다.
▽설 땅을 잃어가는 개미들=개인들은 올해 들어 13일까지 1조125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투신권 수탁잔액도 134조원대로 지난주 2조1000억원가량이 감소했다.
박용선 SK증권 종로지점장은 “개미들이 외국인 장세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며 “싼 맛에 저가주(低價株)에 매달렸다가 ‘물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연초 이후 개인들은 한때 청산위기로까지 몰린 LG카드 주식을 사는 데 775억원을 투자했다. 개인 순매수 2위종목이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작년 말과 비교해 이달 12일 현재 56% 급락하면서 반토막 났다. 개인이 손해 보는 이유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채수홍 대우증권 삼풍지점장은 “고소득층은 부동산투자로 가고, 중산층 이하는 외환위기와 카드빚에 내몰리면서 주식투자할 여력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금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개인들은 ‘LG카드 등 부실주에 단타(短打)매매하는 데이트레이더’거나, ‘2000년 급락장(특히 코스닥시장)에 물린 이후 가슴을 졸이다가 최근 주가상승으로 겨우 팔고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지점장은 “외국인 주도장에서 개인들은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며 “‘큰손’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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