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맞은 카드깡 시장=한 카드깡 업자는 12일 “요즘이 카드깡 역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돈 쓸 일이 많아진 데다 보너스는 고사하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 게다가 현금서비스도 어려워져 카드깡이 급전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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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 수수료로 16%를 뗀다는 업자의 설명에 취재팀이 “비싼 것 같다”고 따지자 그는 “요즘 카드깡 수요가 워낙 많아 수수료를 조금 올렸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또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은 난생 처음 카드깡을 하는 ‘초보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신용카드를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카드깡을 하는 방법 및 수수료에 관한 문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43)는 “조카들 세뱃돈도 줘야 하고 부모님 선물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 난생 처음 수수료 14만원에 100만원을 깡으로 받았다”며 “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 70%가 넘는 사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메일 광고를 통해 손님을 유치하고 있는 한 카드깡 업자는 “귀향 비용으로 100만∼200만원 정도를 원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며 “원래 설이 카드깡 업계에도 대목이긴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설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 조성목(趙誠穆) 팀장은 “과거 생활정보지에나 등장했던 카드깡 광고가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퍼지는 등 불법 카드깡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신용불량자’ 급증=대출금의 10∼20%를 수수료로 떼이는 카드깡은 법정 이자율만 연 66%인 사채보다는 부담이 덜한 편. 또 대출 절차가 간단해 급전을 구하는 사람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의 업자들은 전화 한 통이면 한 시간 만에 돈을 내주는 데다 법인카드도 깡을 해준다.
하지만 수수료에다 할부의 경우 할부이자까지 더해져 대출자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깡을 1년에 5번만 하면 이자가 원금을 훌쩍 넘어 돈 갚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깡을 선택하는 것이어서 이들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실제 현금서비스 요건이 강화된 지난해 12월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는 1만920명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월간 신청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11월에 비해 28.3%나 급증한 수치.
이 위원회 신용교육강사 김승덕(金昇德)씨는 “명절을 앞두고 ‘100만원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카드깡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몇 번만 반복하면 바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고 경고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산 것처럼 꾸미고 물건 대신 현금을 돌려받는 불법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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