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올해 증시 개장일부터 9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그 자금의 성격과 투자 목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조6551억원. 특히 하루 순매수 금액이 8000억원을 넘는 날도 있는 등 급증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펀드가 한국 증시를 대상으로 입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환차익을 노린 헤지펀드가 한국 시장을 노린다는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투기성 헤지펀드 규모는 미미한 수준”=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자금 동향으로 볼 때 투기성 헤지펀드 자금이 대량 유입되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UBS증권 진재욱 대표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커지고는 있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며 “외국계 자금의 질적인 면을 살펴보면 최소 6개월은 빠져나가지 않을 중장기 성격의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국제영업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수 주문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상당수는 6개월∼1년 정도 특정 주식을 보유하는 뮤추얼 펀드나 장기 연금 펀드.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도 “투기성 자금보다는 안정적인 성향의 자금이 주로 들어오는 추세”라며 헤지펀드 유입에 따른 증시 급변동 가능성을 경계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계 자금을 분석한 결과 싱가포르 정부기금 등 안전한 장기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춘수 대한투자증권 주식운용본부장은 “연기금, 장기투자 펀드 등과 함께 헤지펀드도 섞여 들어오고 있어 아직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을 전후해 금융 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이 끝날 것으로 보고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 자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왜 이렇게 많이 살까?=전문가들은 환차익의 매력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최근 외국인들의 대량 순매수세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커다란 수급상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것.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미국 금융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가운데 특히 수익성이 높은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 한 주 동안 5억6000만달러에 이르렀다. 1996년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수준.
업종별 외국인 순매수 순위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올해 들어 13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은 전기전자(1조1109억원) 통신(4004억원) 은행(2828억원) 화학(2611억원). 이들 업종은 지난해 말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팔았거나 다른 업종에 비해 못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계절적인 요인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연초에 접어들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그 업종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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