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접대문화 확 바뀔까…'문화접대' 확산

  • 입력 2004년 1월 15일 17시 41분


“이제 접대는 ‘문화접대’로?”

최근 국세청이 건당 50만원이 넘는 접대비에 대해서는 접대를 받는 사람의 이름을 기록하도록 하는 ‘접대 실명제’ 방침을 밝힌 가운데 문화접대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접대는 골프장 술집 고급식당 등에서 이뤄졌던 통상적인 접대와는 달리 오페라, 발레 등 공연 티켓을 접대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것.

기업들의 문화접대는 공연을 후원하고 관람권을 받아가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협찬금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접대비 규제에 해당되지 않으며 국세청이 발표한 ‘50만원 상한제’와 상관없이 접대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지난해 투란도트와 마술피리 등 고가(高價)의 공연티켓을 한꺼번에 구입해 VIP 고객들을 접대하는 데 사용했다. KTB네트워크 경영지원본부 권오용 상무는 “부부나 가족 중심의 생활패턴이 정착되면서 골프나 고급음식 접대보다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접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 따르면 2002년 126개사였던 회원사가 지난해에는 159개로 급증할 정도로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박찬 기획운영국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의 소비성 접대를 지양하고 실속 있는 문화접대를 하기 위해 별도의 컨설팅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문의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예술의 전당에 따르면 지난해 전석 매진을 기록한 리골레토, 돈조반니 등 4개 오페라 공연은 기업들의 단체 구매가 25%를 차지했다. 2002년의 경우 오페라 공연에서 법인고객 비중은 5% 미만이었다. 호암아트홀도 지난해 기업들이 단체로 구입한 표가 전년도에 비해 25% 증가했다.

선진국에서도 접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족들이 함께 간단한 식사 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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