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15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해 가벼운 흥분감마저 보였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인 분석 의견도 잇따랐다. ‘너무 잘 나온’ 실적이 앞으로의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일부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묻히는 모습이었다.
▽“예상보다도 훨씬 잘했다”=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40% 상승한 49만6500원에 마감됐다.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실적발표 이후 오히려 약보합에서 소폭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인텔이 전날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발표한 이후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텔의 작년 4·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87억4000만달러. 반도체 산업의 호조세는 확인됐지만 인텔측이 발표한 올해 1·4분기(1∼3월) 실적 전망치는 월가(街)의 예상치와 비슷하거나 낮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날 “현재 성장세가 계절적 요인과 상관없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 있는 대답을 내놨다. 1·4분기가 계절적인 비수기(非需期)이기는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시장이 아주 좋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삼성전자는 “가격차별화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로 올해 1·4분기 매출 규모가 유지 혹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수기에는 시장의 예측치가 높지 않아 실적이 조금만 올라도 주가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설비투자 계획에 있어서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은 인텔과는 달리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투자하려는 7조9200억원은 작년 6조74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그렇다면 주가는?=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이 내놓은 ‘6개월 목표 주가(6개월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주가)’는 51만원에서 최대 62만원선. 삼성증권, 대한투자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다시 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증권은 전날 삼성전자의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62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대우증권 정창원 반도체팀장은 “현재 실적 및 주가 상승세는 보름달이 되기 직전인 13일째 정도에 와 있다”며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형태로 2·4분기 이후에는 추세가 꺾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원-유로 환율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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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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