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종로3가 보림귀금속상가에서 만난 정모씨(60)는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에다 금값 급등까지 겹쳐 손님이 거의 끊어졌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이 지역의 대형 귀금속 매장에서 혼수 등을 구입하기 위해 들르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도 한 점포를 찾는 고객 수가 10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날 오후 3시 현재 종로3가 귀금속 상가에서 거래된 도매 금값은 돈쭝(3.75g)당 6만3000원. 최근 들어 가장 가격이 높게 올랐던 12일의 6만3500원보다는 500원 떨어졌지만 여전히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종로지역 금 소매시세를 보여주는 사이트인 ‘골드인포’(www.goldinfo.co.kr)가 고시한 이날 소매 거래가격은 6만7300원(부가가치세 보함). 실제 1돈쭝짜리 돌반지를 종로3가에서 사려면 세공비를 포함해 현금은 6만4000원, 신용카드는 7만원 정도 줘야 한다.
또 동네 금은방에서는 현금으로 사면 7만원 정도, 카드는 7만5000원까지 값이 올라가며 백화점 안에 있는 고급 금은방 등에서는 7만8000원까지 받기도 한다.
금값이 높아지면서 예비부부의 결혼예물 평균 준비액도 낮아지고 있다. 금은방 ‘러브스톤’의 이종숙씨(48)는 “2001년까지 예비부부들은 평균 200만∼300만원의 결혼예물을 구입했으나 요즘에는 150만∼200만원어치 장만하는 것이 보통이며 10만원대 ‘커플링’만 달랑 구입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은 2002년 말부터 상승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초 이라크전이 발발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급등했다. 또 작년 말부터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달러 대신 금을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금값은 앞으로 상당기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 골드뱅킹 윤태웅(尹泰雄) 상품개발실 부실장은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는 한 당분간 금값이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에 투자하는 은행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금에 투자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운영하려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7일 판매를 시작한 ‘신한골드리슈’에는 이달 15일까지 107억원이 모였다.
하지만 반대로 금값이 이미 많이 올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 계층의 ‘금 사재기’는 주춤하는 모습도 보인다.
종로3가의 주은귀금속도매타운 안에서 금은방을 열고 있는 윤동욱씨(36)는 “지난해 10월경 종로에서 ‘억 단위’로 금을 사가는 사람들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고, 그때 사둔 사람들은 상당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며 “하지만 금값이 이미 충분히 올랐기 때문인지 요즘에는 금을 뭉텅이로 사들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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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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