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투기 봉쇄 나섰다…금융기관 역외 선물환시장 매입물량 제한

  •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20분


정부가 ‘환(換)투기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재정경제부는 15일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달러당 원화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국내에 있는 금융회사가 역외 선물환시장(NDF)에서 사들일 수 있는 달러 물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외국 펀드 등 비(非)거주자로부터 NDF를 사들일 수 있는 한도를 14일 매입초과포지션(선물환 매입액이 매도액을 초과해 달러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상태) 물량의 11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예컨대 A은행이 14일 기준으로 NDF 거래를 통해 ‘달러 자산’이 ‘달러 부채’보다 10억달러가 많다면 A은행이 NDF를 이용해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달러는 1억달러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외환 투기 또는 수수료 수입을 목적으로 한 달러 선물환 매입이 어렵게 됐다. 또 달러 선물환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현물 달러 공급도 감소해 원화가치 상승을 자연스럽게 막을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위험 회피에는 지장이 없도록 매도는 현행대로 제한 없이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최중경(崔重卿)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NDF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선물환 매입제한 조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등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환율방어 의지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오른 1186.1로 마감했다.

한국이 아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개설된 원화와 달러의 거래 시장.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은 일반 선물환과 같지만 원금을 바꾸지 않고 사전에 계약한 선물환율과 지정환율 사이의 차액만을 정산한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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