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체로 딸의 부모가 결혼한 딸과 가까이 살며 밀접하게 교류하는 선진국처럼 이른바 ‘장모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실은 여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500가구 9109명을 대상으로 가족가치관 및 가족관계 등을 조사해 15일 발표한 ‘2003 전국가족조사’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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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부모를 모시고 살지 않는 비율이 87.7%나 돼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부모를 모시는 비율은 11.6%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 동네나 같은 시군에 거주하며 접촉하는 빈도는 남편이나 아내의 부모간에 큰 차이가 없어 ‘뒷간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는 말은 옛말이 돼 버린 것을 알 수 있다.
양가 부모 접촉 빈도의 경우 남편의 31.7%가 한 달에 한두 번 이상 장인·장모를 만난다고 응답해 아내가 시부모를 만나는 비율(40.1%)과 별 차이가 없었다.
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의논상대가 돼주는 등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경우는 남편의 형제 쪽으론 4.2%인데 비해 아내의 형제 쪽으론 22.6%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아내의 부모(18.1%)가 남편의 부모(11.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장인·장모가 경제적으로 사위 부부를 지원하며 생활에 적극 개입하는 일종의 ‘권력이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서울대 한경혜(韓慶惠)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내의 부모로부터는 지원을 받고 남편의 부모는 봉양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 참여가 늘면서 가족관계도 아내와 처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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