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고 있는 ‘FTA의 힘’=16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전년도에 비해 20.3% 증가한 181만6000대를 수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유독 중남미지역(11월 누계 기준)에서만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2.7% 감소한 6만7000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칠레에서 시장점유율이 2001년 10.5%→2003년(11월 누계 기준) 8.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업체별 판매순위도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기아자동차도 2001년 7.6%→2003년(11월 누계 기준) 6.5%로 하락하면서 판매순위가 4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서영석 연구위원은 “칠레가 최근 유럽연합 및 미국과 각각 자동차무관세 협정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및 유럽 회사와 미국에 공장이 있는 일본 회사들은 자동차 관세가 6%인 칠레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들여올 수 있기 때문.
▽동남아는 더 큰 문제=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 주요 5개국의 경우 2002년 기준으로 국내 회사들은 모두 3만2000대(시장 점유율 2.5%)를 파는 데 그쳤다. 이는 4%에 육박하는 미국 시장 점유율에 비해서도 낮은 편.
이는 일본 회사들이 일찍부터 현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했기 때문. ASEAN 국가들은 수입자동차에 대해 31∼300%의 관세를 부과한다.
서 연구위원은 “아세안 국가와 FTA를 맺지 않으면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에 이들 국가와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합의한 반면 일본은 벌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정부간 협상을 시작해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멕시코도 걱정=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2위인 멕시코 자동차 시장의 경우 현대차는 현지에 공장이 있는 ‘크라이슬러’의 브랜드로 간접수출을 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멕시코와 일본의 FTA 체결이 임박하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 일본차가 대거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1999년 한국에 먼저 FTA 체결 협상을 제안했으나 당시 농업 문제를 의식한 한국이 난색을 표시해 무산된 바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말 “일본과 FTA를 체결하기 전까지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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