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CEO 경제 회복 부푼꿈…"이젠 공격경영"

  • 입력 2004년 1월 18일 17시 13분


《‘전진과 개선’(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자동차 회장) ‘성장에 대한 집념’(쇼야마 에쓰히코·庄山悅彦 히타치제작소 사장) ‘새로운 발전을 향한 출발’(모리시타 요이치·森下洋一 마쓰시타전기 회장) 일본의 주요 대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의 키워드로 정한 표현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지난해 기업실적이 크게 호전된데 힘입어 일본의 제조업 CEO들은 2004년을 의욕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장기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잔뜩 움츠렸던 1, 2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상당수 회사가 이익 목표치를 늘려 잡고 대규모 투자계획도 발표하고 있다.》

▽일본 CEO들 “올해는 공격경영”=일본 전체 상장기업들의 2003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경상이익은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다.

일본 재계는 특히 2002회계연도 흑자가 인원감축과 매출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에 의존한 측면이 컸던 반면 이번엔 수출을 늘려 자력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상장기업 112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일본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또 70%가량은 회사의 실적이 작년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카메라와 복사기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사장은 “내친 김에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최근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는 디지털 TV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 자리를 굳힌 도요타자동차가 중국 판매조직을 현재의 6배로 늘리기로 하자 닛산자동차도 뒤질세라 4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마쓰시타전기의 모리시타 회장은 “인원 감축으로 상징되는 ‘뒷걸음식 구조조정’의 단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경영진 변동 소폭에 그칠듯=경영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CEO 교체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쑥 들어갔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조 후지오(張富士夫) 사장이 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오쿠다 회장이 2년 임기의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을 연임키로 해 ‘오쿠다-조’ 쌍두마차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 오너 가문이 전면에 나설 시기는 2006년 이후로 예상된다.

닛산자동차는 ‘용병 CEO’ 카를로스 곤 사장이 2005년부터 프랑스 르노사의 CEO를 겸함에 따라 올해 안에 일본인 임원 중 COO(최고집행책임자)를 선발할 계획.

마쓰시타전기는 2년 전까지 실적 악화로 고전했지만 지난해 박형(薄型) TV의 우위를 바탕으로 2000억엔(약 2조원)대의 흑자를 내 경영진교체 태풍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위크가 ‘최악의 경영자’로 지적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은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그는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도 있는 법”이라며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는 하반기부터는 소니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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