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15일 거래소 공시를 통해 “현대차 주식 66만주(0.3%)를 345억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미쓰비시자동차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1.7%를 인수한 이후 10개월여만에 다시 현대차 지분 확보에 나선 것. 현대차의 불안한 지분구조를 감안할 때 경영권 방어 차원의 주식 매입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이 여파로 15, 16일 이틀 동안 5.51% 하락했다.
현대차 지분 10.46%를 확보하고 있는 2대주주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이 지분을 15%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행사권을 쥐고 있다. 현대차와 다임러는 최근 상용차 합작사업이 지연되는 등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상태다. 현대차에서는 다임러가 이전에도 다른 기업의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며 경영권을 행사한 전력(前歷)이 있다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추가 매입으로 현대차에 대한 지분이 13.48%로 높아졌다. 그러나 현대차 우호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5.2%, INI스틸 4.9%, 현대중공업 1.7% 등을 합쳐 약 27%에 그친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동양종금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다임러의 ‘5% 옵션 행사’에 대비해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을 더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본연의 사업과는 다른 목적으로 현금이 유출된다는 점에서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 인수는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3월 17일 현대차 지분 매입공시를 냈을 때도 현대모비스 주가는 8.85% 급락했다.
반면 우리증권 박성진 연구원은 “현재의 현대차 업황을 고려한다면 지분 매입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은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 경영권 안정은 현대모비스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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