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와 함께 성장=80년대 젊은이의 코드 중 하나였던 ‘워크맨’ 자리를 지금은 ‘MP3플레이어’가 차지했다. 1999년경 선보이기 시작한 MP3플레이어는 작은 부피와 다양한 기능이 강점. 디지털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층은 테이프나 CD에 담긴 음악 대신 플래시메모리에 담긴 음악을 택했다.
2002년 50만대이던 국내 플래시메모리 MP3플레이어 시장은 2003년 100만대로 늘어났다. 이 중 레인콤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세계 시장에서도 약 20∼25%의 시장 점유율로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 ‘10%’=20여년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양 사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은 삼성전자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부서에 있다가 1999년 의기투합했다. ‘디지털의 흐름을 제대로 한번 타 보자. 시대의 변화를 한번 이끌어 보자’며 손을 맞잡았다.
레인콤은 처음부터 MP3플레이어 사업이 ‘마지막 10%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기술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디자인과 편의성, 내구성 등이 완벽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본 것. 그래서 연구인력은 물론 생산인력까지 ‘최고’를 찾아 규합했다. 또 신생기업으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주요 광역시에 서비스센터를 두며 소비자 불만에도 응대했다.
10대와 20대가 주고객임을 감안해 ‘웹 마케팅’을 활발히 벌였다. 소비자 불만까지 완벽하게 처리하자는 ‘마지막 10%’ 원칙을 지킨 것.
“회사 설립 초기부터 별도의 직원을 두고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오른 불만 사항에 즉각 응답토록 했다. 그 직원은 집에서 밤 12시에도 응대를 할 정도였고, 나도 직접 답변을 한 적이 많았다. 젊은 디지털 세대의 욕구에 부흥하기 위해서다.”(양 사장)
▽충성심 높은 고객=고객은 감동했다. 웹 사이트를 통해 만들어진 독특한 조직인 ‘서포터스’는 마케팅의 첨병이었다. 젊은 얼리어답터(신제품 수용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시제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국내에 300명, 해외에 200여명이 활동 중이다.
양 사장은 “웹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때문에 인터넷 순위를 매기는 랭키닷컴 가전분야에서 3위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빠른 소비자 응대와 완성도 높은 제품 때문에 이 회사 제품은 타사 제품보다 약 30% 정도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수익의 원천이다.
직원들도 각별하게 대우한다. 출퇴근 시간에 제약이 없고 어디서 점심을 먹든 회사가 부담한다.
▽지속성장 가능성=레인콤은 6200만∼6500만대에 이르는 전 세계 모든 휴대용 오디오기기 중 70%가 3년 안에 MP3플레이어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할 전략이다.
MP3플레이어는 더 이상 MP3 파일만 재생하는 음악기기임을 거부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연결해 사진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이 선보이고, 소형 카메라가 달린 것과 개인휴대단말기(PDA)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큰 진화는 비디오 역할. 대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채용한 제품이 3.5인치 정도의 액정화면을 달아 각종 동영상을 보여 주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융합’의 흐름을 잘 읽은 레인콤은 5일 상반기에 판매할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5종을 포함한 13종의 ‘휴대용 AV 기기’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해 만든 제품도 있다.
아직까지는 레인콤이 시대의 빠른 변화를 읽고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휴대전화기의 진화 등 변수가 많은 것. 삼성경제연구소의 임태윤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높은 화음 수로 오디오 기능을 높이고 있는 휴대전화기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디지털 복합기의 등장도 큰 변수. 이런 빠른 시장 변화는 장기적 시각에서 레인콤에 오히려 도전이 될 수 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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