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주인과 일꾼, 주민의 생계는 황금 알에 의존하고 있었다. 황금 알을 옆 동네에 팔아서 생긴 돈은 닭 주인에게 이윤으로, 일꾼에게 임금으로 갔다. 관청은 주인과 일꾼에게 세금을 걷었다. 동네 주민은 빵과 채소를 닭 주인과 일꾼에게 팔아서 생계를 꾸렸다.
어느 날 동네의 현자(賢者)인 마르크스가 “황금 알은 농장 일꾼들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닭 주인은 일꾼의 피와 땀을 훔쳐가는 기생충이자 착취자라고 비난했다. 레닌이란 일꾼이 닭 주인 타도에 앞장섰다. 관청은 여전히 주인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상당수 주민들은 더 많은 황금 알을 기대하며 레닌에 동조했다.
닭 주인은 자기를 알아주는 미국이란 동네로 도망갔다. 닭 키우는 데 관심이 없던 러시아에선 닭이 병들어 죽고 말았다. 황금 알도 동시에 사라졌다. 결국 이 동네에 남은 것은 가난뿐이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따랐던 옛 소련과 문화혁명기의 중국 북한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 닭 주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닭 뼈까지 발라먹은 북한은 ‘닭 에이즈’를 들고서 닭 주인들의 대장인 미국과 한판 싸움을 준비 중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선 닭 주인 때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북한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로 보인다.
상당수 닭 주인은 이미 한국을 떠났다. 몇몇 닭 주인들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라는 닭을 잘 키운 덕분에 동네 살림살이는 겨우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동네 민심은 닭 주인은 물론 닭에 대해서도 흉흉하다. 부패한 권력으로 불리는 각종 건달들은 황금 알 강탈에 여념이 없다. 일부 일꾼과 주민들은 “황금 알을 나눠 가질 때”라며 닭 주인을 핍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동네의 닭 주인을 모셔와 일자리를 만들겠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닭 주인들은 지금 옆 동네인 중국으로 이사 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더 있다가는 ‘닭 잡아먹자’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란다. 게다가 중국에선 일꾼은 물론 관청과 주민까지 나서서 닭 주인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 동네 사람들은 “닭 주인을 대접하는 게 황금 알 늘리기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문화혁명을 통해 깨달았다.
2500여년 전 그리스의 이솝이 들려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패러디다.
북한처럼 되지 않으려면 기업가와 근로자, 정치인과 공무원, 일반 국민들 모두가 이솝 우화를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새 천년 글로벌시대에 황금 알을 낳는 닭은 ‘기업’이고 닭 주인은 ‘기업가’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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