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세가 여전히 불안해 단시일 내 원유수출 증대가 어려운 데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석유 수요가 많은 중국이 최근 대거 물량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록적 한파와 달러화 약세로 외환시장을 이탈한 투기자본이 원유시장으로 흘러든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배럴에 35달러=지난주 거래 최종일인 16일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35.07달러로 전날보다 1.63달러(4.8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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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 지표가 되는 OPEC 바스켓가(7개 유종 평균가)도 배럴당 34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OPEC 바스켓가는 지난해 초 이라크전쟁이 임박하면서 한때 3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라크전 조기 종결 전망으로 개전 며칠 전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22∼28달러에서 안정세를 보이다 연말을 고비로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수급 불균형=이라크 저항세력이 석유 파이프라인을 파괴하는 등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다. 남부 바스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과 터키로 연결되는 북부 라인이 모두 테러로 파괴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잇단 테러, 나이지리아의 민족분쟁,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 등 원유수출국의 불안한 국내사정도 원유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원유 공급이 모자라자 최근 아프리카에까지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원유 수송선 대부분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원유 수송 운임단가마저 오를 정도.
▽새로운 요인=최대의 석유 소비국 미국의 기록적 한파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지적된다. 구조조정을 하며 재고물량을 줄이던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지난해 말 ‘1월 중 한파 내습’이란 기상 전망이 나오자 경쟁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섰다. 미국 내 가수요에 따른 유가 상승은 뉴욕상품거래소를 거쳐 세계 원유시장으로 연쇄 파급됐다.
최근의 지속적인 달러약세도 국제유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자 대형 펀드를 비롯한 국제 투기자금이 외환시장에서 빠져나와 원유 금 콩 등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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