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농업소득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인데다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주곡(主穀)이기 때문에 재협상 자체가 올해 최대 농정(農政)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 유예 연장될까=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도 관세화를 통한 개방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는 극히 예외적인 조치였다.
특히 WTO 회원국 가운데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관세화 유예 적용을 받았던 5개국 중 일본과 대만(각각 쌀), 이스라엘(양고기) 등은 이미 관세화 전환을 마친 상태여서 한국이 관세화 유예 연장 조치를 이끌어낼 여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한국과 함께 필리핀이 마지막까지 관세화 유예 연장 조치를 추진하겠지만 나머지 WTO 회원국들을 두 나라가 상대하기에는 벅차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협상 전략은=일단 관세화 유예에 비중을 두고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쌀 관세화가 농민들의 극렬한 반발을 살 우려가 있기 때문.
여기에다 미국 중국 호주 등 쌀 수출국들과 가질 재협상에서 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는 ‘협상카드’로 이용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처음부터 관세화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보다 관세화 유예 문제부터 논의해 쌀 수출국의 ‘협상력’을 어느 정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국이 관세화 유예를 고집하면 쌀 수출국들이 관세화로 전환했을 때 수출할 수 있는 물량보다 더 많은 ‘저율관세 할당물량(TRQ)’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 수출국들이 농민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관세화 유예라는 ‘명분’을 주는 대신 더 많은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실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관세화로 가는 것이 차라리 이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만약 관세화가 될 경우 UR 농업협정 부속서에서 관세율 상한을 1986∼88년 평균 국내외 쌀 가격차(430∼440%)에서 10분의 1을 뺀 범위에서 정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어 관세율은 380∼39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 반발 거셀 듯=쌀 재협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간에 쌀 시장 개방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02년 기준으로 쌀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9%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우리 정치권과 농촌은 작년 내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비준 문제를 놓고 큰 ‘몸살’을 앓았다. 쌀 시장 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몰려올 ‘후(後)폭풍’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농업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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