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비준 절차를 마침에 따라 한-칠레 FTA 발효는 전적으로 한국 국회의 비준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칠레는 한국 국회가 2월9일 한-칠레 FTA를 비준할 것으로 믿고 특별 본회의까지 소집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다. 한국이 내달 국회 본회의에서 FTA 비준을 다시 미룬다면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신뢰성, 시험대에 올라=정부는 1월8일 국회본회의에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후 칠레측에 여러 차례 해명을 했다.
대통령이 농민과 국회의원 설득에 나섰고 국회의장이 2월9일 표결처리를 약속했으므로 FTA비준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에 한국 국회에서 벌어진 몸싸움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덧붙였다.
또 칠레가 먼저 비준절차를 끝내는 게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김병섭(金炳燮)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칠레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을 먼저 처리한 것은 한국 정부를 믿어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칠레 상원은 24일부터 2월말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칠레는 한국 국회가 2월9일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칠레 의회 일정 탓에 FTA발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칠레 FTA는 양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끝냈다는 내용의 문서를 교환하고 한 달 후 발효된다.
▽한국 비준처리 가능성 높아질듯=칠레의 비준으로 한국 국회가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례에 비춰 칠레의 비준 처리는 한국 국회가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뢰 하락 뿐 아니라 나빠지는 통상여건도 한-칠레 FTA 비준을 미루고 있는 국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칠레 FTA 지연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로 대(對) 칠레 무역적자는 2002년 2억9000만 달러에서 작년 4억9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칠레는 작년 유럽연합(EU)과의 FTA를 발효시킨데 이어 올 해 미국과 FTA도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현지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산자부 당국자는 "한국의 비준 여부를 지켜보겠다던 칠레가 입장을 바꿨으므로 한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밝혔다.
디지털 뉴스팀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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