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최근 내놓은 ‘한국 은행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가별 재무 건전성 평가에서 국내 은행들은 ‘D―’ 등급을 받아 평가 대상 82개국 가운데 65위에 그쳤다. 무디스가 평가하는 재무 건전성 등급은 정부를 포함한 외부의 자금 지원이 없다는 가정 하에 은행의 장기적인 생존 능력을 측정하는 것. ‘D―’등급은 재무 건전성은 적정하나 영업 활동이나 외부환경에 따라 건전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이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D+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하나 한미 제일 신한은행은 D, 조흥 대구 전북 부산은행은 D―였다. 기업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외환은행이 E+로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E+를 받았으나 이달 중순 D―로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무디스는 국내 은행들의 개혁과 구조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기 외화(外貨) 표시 채권의 신용등급을 2002년의 ‘Ba1’보다 3단계 오른 ‘Baa1’로 조정했다. 다만 “정부의 간섭이 여전하고 각 은행의 영업에 차별성이 없는데다 회계 투명성이 국제 수준에서 떨어지는 점이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의 등급은 필리핀(63위), 터키(64위), 루마니아(66위), 카자흐스탄(67위) 등과 같은 수준이다. 금융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재무 건전성이 더 취약한 E+로 각각 73위와 74위에 머물렀다.
반면 네덜란드(1위), 영국(2위·이상 B+), 덴마크(3위), 스페인(4위), 미국(5위·이상 B)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의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은 18조53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8%(3조4369억원)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가계 대출 부실 및 SK네트웍스 사태 등으로 전체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