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경제 전망이 크게 틀린 것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태풍 매미 등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예상 밖의 소비 및 투자 위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재경부와 한은에 따르면 2003년 경제성장률은 2.9% 전후, 경상수지 흑자는 120억달러 안팎으로 각각 추정된다.
재경부는 1년 전 연간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성장률 5%대, 경상수지 20억∼30억달러 흑자 등으로 예상했다.
한은도 2002년 12월 성장률 5.7%, 경상수지 30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같은 시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5.3%, 경상수지 흑자 23억달러 등의 전망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전망이 2∼3%포인트나 빗나간 것.
이주열(李柱烈) 한은 조사국장은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 등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신용불량 및 가계부채 문제로 민간소비가 1.1%(추정)나 줄고 노사분규 악화 등으로 설비투자가 1.2%(추정)나 감소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어떤 연구기관도 노무현 정부 출범 후의 노사분규 및 정치적 혼란의 심각성을 전망치에 반영하지 못했으며 이런 비경제적 변수로 지난해 성장률이 2∼3%포인트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 등 경제적 변수와 함께 4월 총선 등 정치적 변수가 포함돼 있어 전망이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정부 및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치가 크게 틀리면 이를 기초로 한 경제정책 방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한은은 5.2%, KDI는 5.3%, 한국금융연구원은 5.8%, LG경제연구원은 5.1% 등 대부분의 기관이 5%대 성장을 예상했다.
재경부는 따로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6%대 중반 정도는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낮게 전망(4.3%)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각 기관의 전망치들은 수출이 계속 호조를 유지하고 내수와 투자는 살아난다는 것이 전제”라면서 “지난해에 비해 ‘통계적 반등’은 있겠지만 내수 및 투자의 회복이 늦어지고 환율 변동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올해 전망치 역시 빗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 |||
2003년전망 | 2003년실적 | 2004년전망 | |
한국은행 | 5.7% | 2.9%안팎 | 5.2% |
한국개발연구원(KDI) | 5.3% | 5.3% | |
한국금융연구원 | 5.5% | 5.8% | |
삼성경제연구소 | 5%대 | 4.3% | |
LG경제연구원 | 5.6% | 5.1% | |
한국경제연구원 | 5.8% | 4.4% | |
자료:각 기관 |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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