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이르면 4월부터 예금 후 1∼2일 내에 이뤄지는 예금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10억원 이상의 거액 예금담보대출을 분기별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지난해 9∼10월 예금 가입 후 1일 이내에 5억원 이상의 예금담보대출을 취급한 은행 지점을 검사한 결과 불건전 금융거래 50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자금세탁 혐의가 짙은 30여건의 거래에 대해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거래 정보를 넘기도록 해당 은행에 지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의 경우 72억원을 예금한 뒤 다음날 본인과 가족 등 5명의 명의로 나눠서 담보 대출을 받아 상가 분양권을 구입했다.
A씨의 경우 부동산 취득자금의 출처를 은행대출로 위장하는 일종의 자금 세탁으로 세무 당국의 자금출처조사를 피해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모(母)회사가 50억원의 예금에 가입한 뒤 재무구조가 나빠 대출이 어려운 자(子)회사에 이를 담보로 제공해 5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 준 사례도 적발됐다.
한 기업 대표는 회사 명의로 예금에 가입하도록 한 뒤 이를 담보로 자신이 직접 대출을 받아 가는 등 우회적으로 계열사와 대주주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예금담보대출이 활용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개인사업자들이 사채업자와 함께 은행 창구로 찾아가 사채자금으로 예금을 가입하고 예금 잔액 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곧바로 대출을 받아 사채업자의 돈을 갚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예금담보대출이 대출절차가 간편하고 예금 즉시 대출이 이뤄지는 편리성 때문에 이 같은 편법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 팀장은 “예금과 동시에 담보대출을 받아가는 것을 제한할 경우 사채업자 등이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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