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정수기관리하며 고객과 친숙…'신개념 성공모델'로

  • 입력 2004년 1월 26일 18시 31분


웅진코웨이의 독특한 서비스 조직인 코디(왼쪽)는 두 달에 한번씩 가정을 방문해 정기점검하고 필터 교환도 해준다. 사진제공: 웅진코웨이개발
웅진코웨이의 독특한 서비스 조직인 코디(왼쪽)는 두 달에 한번씩 가정을 방문해 정기점검하고 필터 교환도 해준다. 사진제공: 웅진코웨이개발
‘코디의 비밀을 알아내라.’

요즘 각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웅진코웨이개발의 서비스 조직인 ‘코디(Coway Lady)’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웅진이 코디 조직을 이용해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단기간에 업계 1등이나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마케팅 파워 때문이다.

1998년 매출이 894억원이었던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이 83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디의 힘=코디는 외환위기 이후 정수기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렌털제를 도입한 1998년 탄생했다. 코디는 렌털로 정수기를 들여놓은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일정 기간 마다 방문해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 주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회사측이 생각하지 못한 효과가 나타났다. 코디의 서비스에 감동한 고객들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 주기 시작한 것. 작년 한 해 코디들은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판매 부문에서 같은 회사의 방문판매 조직보다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코디의 힘은 고객 접근도와 정보의 질에서 더욱 드러난다. 방문판매원은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척 힘들다. 사생활이 중시되면서 가정이 철옹성이 되고 있는 것.

그러나 코디가 문을 두드리면 고객은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 고객들이 코디를 ‘귀찮은 판매원’이 아니라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 또 코디는 고객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코디보다 동네 주민 사정에 밝은 사람이 없을 정도. 이 때문에 코디는 어떤 고객에게 어떤 신제품을 권유하면 구매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잘 알고 있다.

홍익대 경영학과 전인수 교수는 “코디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조직”이라며 “고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애프터서비스가 아닌 비포서비스(Before service) 조직이면서 고객 감동을 통한 구전(口傳) 효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코디의 신화는 언제까지=웅진측은 “6년간의 경험을 통해 코디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일회성 판매가 아닌 계속 관리가 필요하며 △코디는 판매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웅진코웨이개발 생활문화연구소 김철희 팀장)

요즘 웅진은 코디 조직을 통해 시스템 키친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 하고 있다. 코디의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한번 시험해 보자는 것. 부엌을 리모델링하는 시스템 키친 사업은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와 제품 성격이 달라 코디들이 과거보다는 노골적인 판촉 활동을 해야 하는 등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다. 이 회사 박용선 사장은 “시스템 키친 사업도 성공할 경우 여세를 몰아 코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외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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