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發) 원자재 대란’ 오나

  • 입력 2004년 1월 27일 16시 04분


'세계의 공장' 중국이 블랙홀처럼 원자재를 빨아들이면서 원자재 대란(大亂)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철광석, 석탄,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중국 발(發) 원자재 대란'이다.

매달 30가지 원자재 가격을 집계하는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선철가격은 톤 당 263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64% 급등했다. 또 같은 기간에 천연고무는 48%, 니켈은 97%가 급등하는 등 원당과 유연탄 등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상승했다.

한국수입업협회 박철홍씨는 "세계 경제회복과 함께 매년 8%씩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철강 원유 등을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예정돼 있는데다가 중국이 그동안 경제성장에서 소외됐던 서부와 동북부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원자재 수요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의 경우 고정자산투자가 30% 증가했다"며 "투자의 대부분이 서비스업종이 아닌 제조업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여서 원자재 수입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제너럴모터스 혼다 등이 지난해부터 자동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철강 및 천연고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전년보다 30.9% 늘어난 1억4600만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철강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 및 석탄의 국제가격은 20% 급등했는데 이 같은 상승세는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포스코는 다음달 9일부터 국내 철강제품 가격을 12%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동국제강도 27일 t당 가격을 4만90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송비용 상승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 운송에 사용하는 벌크선을 싹쓸이하면서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1월26일 기준으로 5262까지 폭등했다. BDI는 2002년 8월 1000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8월 1900, 8월 2400, 12월 4000을 넘어섰다.

현대상선 오동수 상무는 "철광석 수송에 쓰이는 배들이 중국 항로에 묶이다 보니 요즘 원자재 운반선 잡는 일이 사실상 전쟁"이라고 전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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