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신업체 직원의 부인 김모씨(35)는 “남편에게 떨어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시댁과 친정 식구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며 “요즘은 나도 영업사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체 계열사 직원의 부인 강모씨(31)도 “할당량을 못 채우면 내 돈 내고서라도 신규가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취재 중인 기자에게도 번호이동을 권유했다.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볼멘소리.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할당량은 본사의 경우 직급에 따라 50∼100명, 계열사 및 협력사는 10∼2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놀고 있던 단말기를 이용한 것은 번호이동으로 쳐주지 않으며, 새 단말기를 구입해야만 실적으로 인정한다. 강제성 없이 가입자 유치 실적에 따라 성과급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인사에 반영되고 직장 내에서 눈치가 보여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가족들의 얘기.
LG텔레콤측은 “초기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 직원이 총력전을 펼치는 차원이며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F 휴대전화를 재판매하는 KT의 한 직원은 “할당량이 있으며, 일정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와 KTF측은 “직원할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다. 27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F로 옮긴 가입자는 17만여명,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8만여명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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