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할당 말려줘요"…이동관련사 직원 하소연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36분


이동 통신 업체들 사이에서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을 동원한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무리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서 ‘사용자의 편의와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 통신업체 직원의 부인 김모씨(35)는 “남편에게 떨어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시댁과 친정 식구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며 “요즘은 나도 영업사원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체 계열사 직원의 부인 강모씨(31)도 “할당량을 못 채우면 내 돈 내고서라도 신규가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취재 중인 기자에게도 번호이동을 권유했다.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볼멘소리.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할당량은 본사의 경우 직급에 따라 50∼100명, 계열사 및 협력사는 10∼2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놀고 있던 단말기를 이용한 것은 번호이동으로 쳐주지 않으며, 새 단말기를 구입해야만 실적으로 인정한다. 강제성 없이 가입자 유치 실적에 따라 성과급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인사에 반영되고 직장 내에서 눈치가 보여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가족들의 얘기.

LG텔레콤측은 “초기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 직원이 총력전을 펼치는 차원이며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F 휴대전화를 재판매하는 KT의 한 직원은 “할당량이 있으며, 일정금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와 KTF측은 “직원할당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다. 27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F로 옮긴 가입자는 17만여명,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8만여명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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