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전화기 ‘W-CDMA’ 화상대화 재미…화질은 불만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44분


W-CDMA를 이용한 화상통화. 이 기능 때문에 “지금 회산데” “차가 막혀서” 등의 거짓말은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됐다. 나성엽기자
W-CDMA를 이용한 화상통화. 이 기능 때문에 “지금 회산데” “차가 막혀서” 등의 거짓말은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됐다. 나성엽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W-CDMA(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

W-CDMA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기존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보다 10배 이상 빨라 ‘휴대전화의 초고속인터넷’으로 통한다. 기존 이동통신보다 넓어진 주파수 대역폭에 음성과 함께 동영상 등 다른 데이터를 함께 실어 보낼 수 있어 화상통화가 가능하다.

한동안 업체들은 화상통화 모습을 담은 TV광고를 내보내며 ‘꿈의 이동통신’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상용 서비스는 시작했지만 단말기 공급량이 달려 W-CDMA 휴대전화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취재진은 W-CDMA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SK텔레콤으로부터 단말기 두 대(삼성전자 SCH-W110)를 빌려 3일간 사용해 봤다.

▽큰 단말기=단말기는 일반 휴대전화보다 10% 가량 크다. 유럽형 이동전화 표준(GSM)에서 진화한 W-CDMA이지만 기존의 CDMA 지역에서도 통화가 돼야 하기 때문에 W-CDMA칩과 CDMA칩이 모두 들어가 있다. 신용카드, 전자화폐, 교통카드 등으로 쓸 수 있는 가입자식별모듈(USIM) 등 휴대전화를 컴퓨터처럼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부품이 이 밖에도 많아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

말은 상용제품이지만 시제품 티가 곳곳에서 보인다. 단말기 외관 완성도가 떨어진다. 생산라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가공이 쉽고 값싸며 소량생산이 가능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 일반전화보다 많은 부품을 돌리기 때문에 열이 많이 나지만, 케이스의 방열(放熱)기능이 떨어져 ‘뜨겁다’ 싶을 정도로 단말기에서 열이 난다. 이 문제는 올 하반기 W-CDMA와 CDMA 기능을 모두 가진 ‘원칩’이 개발되고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지면 해결될 전망.

▽재미있다=W-CDMA의 대표적인 기능인 화상통화를 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스피커의 감도가 높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통화가 가능한데, 화면 오른쪽 구석에는 내 모습이, 나머지 큰 화면에는 통화상대방의 얼굴이 생중계된다.

기지국 기능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얼굴이 뭉개져 보이는 모자이크 현상이 잦다. 또 스피커가 내 목소리는 잘 받아서 상대방에게 전달하지만 출력기능은 다소 떨어져 상대방 목소리는 알아듣기 어렵다. 주위 사람의 눈길도 생각해 대부분의 통화는 이어폰을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지금의 휴대전화를 W-CDMA로 교체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화상통화 외에 이렇다할 W-CDMA 전용 콘텐츠가 없고, 기지국 시설 미비로 기본적인 음성통화 품질도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떨어진다. 오류가 많은 단말기 값이 100만원을 넘고, 그나마 공급량이 달려 구하기도 쉽지 않다.

SK텔레콤과 KTF는 “단말기 공급이 늘기 시작하는 3월 정도면 쓸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제품은 하반기에나 내놓을 것”이라는 업체들의 입장에 따라 상반기 중 서비스가 안정되고 정보통신부가 보조금 지급을 허용해도 일반 가입자들은 이르면 7월에나 화상통화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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