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금감원감사 “한화 대한생명 인수때 청와대서 압력”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44분


한화그룹이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 대한생명을 인수한 배경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종구(李鍾九) 금융감독원 감사는 27일 출간한 ‘원칙이 개혁이다’라는 저서에서 “2002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형근(鄭亨根)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한생명이 한화에 인수되도록 요청했다’는 주장은 정황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감사는 본보 기자에게 “한화그룹은 과거 3조원의 공적자금을 축낸 경력이 있고 분식회계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수 배경에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다는 내 생각은 분명히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사는 또 저서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있던 2000년에 수협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을 정치적으로 해결했다”며 “원칙과 도덕성을 내세우는 노 대통령의 또 다른 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는 2000년 12월 초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한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진념(陳稔) 전 경제부총리의 요청을 거부해 두 달 후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진식 전 장관은 본보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2년 9월 공적자금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지만 박지원씨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남영선(南令鐥) 상무도 “이 감사의 발언은 예전부터 거론된 주장으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17회 출신으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이 감사는 올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며 2월 초 금감원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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