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아시아 국가 중 조류독감 발생을 처음 발표한 나라는 한국. 지난해 12월 15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닭 사육농장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충남 천안시, 충북 진천군, 경북 경주시, 전남 나주시, 경기 이천시, 울산 울주군, 경남 양산시 등 8개 시군에서 17건(최종 확인 기준)이 발생했다.
이어 올해 1월 11일에는 베트남, 13일 일본, 15일 대만, 23일 태국과 캄보디아, 25일 인도네시아, 26일 파키스탄, 27일 라오스와 중국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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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조류독감 사람간 전파 우려” |
특히 중국은 닭이나 오리 사육 마릿수가 많은 데다 국토도 넓어 조류독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른 대륙으로 확산될 수도=방역 전문가들은 동남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조류독감이 최근 서남아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도 발생한 점을 중시하고 있다. 국제 교역이 활발한 상황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비행기나 선박 등을 통해 중동 지역이나 유럽 등지로 퍼질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
특히 태국 등 조류독감 발생을 고의적으로 숨겼던 나라에서 수출한 닭이나 오리를 통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이미 전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김재홍(金載弘) 조류질병과장은 “이들 국가가 조류독감 발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수출한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국에서 철저한 검역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양심적인 조류 수출국 때문에 조류독감을 초기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밀수를 통한 조류독감 전파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식 통관 절차 없이 닭이나 오리를 밀수입하는 경우에는 조류독감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대만에서 발견된 조류독감 감염 닭은 중국에서 밀수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대륙간 전염병이 될지도=독감 바이러스는 외부에 붙은 단백질인 헤마글루틴(H)과 뉴라미니다아제(N)의 조합에 따라 특성이 결정된다. H와 N의 조합은 면역체계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감염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H군은 15종, N군은 9종이 파악됐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H1, H2, H3 세 종류와 N1, N2 두 종류라고 바이러스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97년 홍콩에 이어 올해 베트남 태국에서 사람에게 발견된 바이러스는 기존 것과 다른 H5N1 유형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베트남과 태국의 감염자에게서 추출된 H5N1은 H5로부터 변이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H5는 동물에게, N1은 사람에게 각각 독감을 일으키므로 조류와 사람 모두를 감염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H-N의 새로운 조합이 등장할 경우 기존 면역체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새 바이러스는 환자들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 세계를 휩쓰는 ‘팬데믹(대륙간 전염병)’으로 쉽게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
▼조류독감 왜 위험한가▼
세계의 보건전문가들이 아시아의 조류독감을 주시하는 것은 자칫하면 인류의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건전문가들은 확률은 아주 낮지만 조류독감이 일반 독감처럼 사람 사이에서 유행할 경우 엄청난 사망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는 사람에게서 유행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위험 등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Q:조류독감은 왜 위험한가.
A:인류는 새 유형의 독감이 나타날 때마다 큰 희생을 치렀다. 1918년 스페인독감은 2500만∼1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1977년 러시아독감도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보건학자들이 이들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조류독감과 사람에게서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동시에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독감의 파괴력과 사람독감의 전파력이 합쳐진 변종은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Q:어떤 과정에서 변종이 생기나.
A:전문가들은 1997년까지 돼지에게만 주목했다. 돼지 목의 호흡기 세포에는 조류독감과 사람독감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포 안에서 두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교환해 파괴력과 전파력을 함께 갖춘 바이러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곧바로 사람에게로 전염되는 사례가 생겼다. 사람의 몸 안에서 두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교환해 새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Q:국내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안전한가.
A:조류독감 발생지역의 사람이나 돼지에게서 발병 사실이 보고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에서도 국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베트남의 바이러스와 유전자 배열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만3500∼1만6000개의 염기를 가진 독감 바이러스는 변신을 잘하는 리보핵산(RNA)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단순히 배열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종류로 단정할 수는 없다. CDC는 한국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르면 이번 주에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Q:만약 유전자 재조합 독감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어떤 상황이 생기나.
A: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가 확인되는 나라는 즉시 국제사회에서 단절될 확률이 높다. 인류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유전자 재조합 조류독감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훨씬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중국의 사스 유행 초기에 조류독감인 줄 알고 전문가를 급파했다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안도했을 정도이다.
Q: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사람이나 돼지 몸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재조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조류독감 백신은 최소 6개월 이후에 개발되지만 사람에게서 유행하는 독감은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닭과 돼지를 함께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재조합 조류독감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돼지에 대한 감시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Q:닭이나 오리를 먹는 것은 위험한가.
A:그렇지 않다. 독감 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에만 침투할 수 있고 위나 장에는 둥지를 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7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죽기 때문에 익힌 고기라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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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亞경제 ‘제2 사스악몽’수출 휘청▼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회복기를 맞던 아시아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하락하며 지난해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역시 겨울 성수기를 맞은 여행업계와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 확산=대부분의 조류독감 발생국은 닭고기 수출길이 막히고 관광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브라질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닭고기 수출국인 태국의 타격이 가장 클 전망. 최대 수입국인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 등도 태국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태국 재무부는 외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3개월가량 지속되면 올해 전체 수출이 0.4%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조류독감이 장기화되면 60여만명에 이르는 닭 생산 및 가공업체의 근로자 중 상당수가 정리해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태국 바트화의 가치가 이달 초에 비해 1.5%가량 하락했고 방콕증시의 SET지수는 26일 1.32% 떨어졌다.
한국 등 조류독감 발생국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사상 최저수준(0.37%포인트)으로 떨어졌던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조류독감 발생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즉시 낮추지는 않겠지만 피해가 예상보다 커 경제적 혼란과 재정악화로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피해 우려=지난해 사스 확산으로 몸살을 앓았던 항공 및 여행업계는 조류독감 확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터넷여행사인 넥스투어 관계자는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문의전화가 하루 40∼50통에 달하며 있으며 동남아지역 예약의 10% 정도는 취소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도 이미 영향권에 들어섰다. 아시아지역 매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주가는 27일 전날보다 2.82% 떨어졌으며 아시아나항공도 하루 만에 3.25% 하락했다.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던 닭 및 오리고기의 소비량도 동남아에서의 사망자 발생 소식 후 다시 급감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닭고기 관련 업체와 외식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의 투자전략팀 강현철(姜玄哲) 과장은 “조류독감은 국내 관련 업종의 주가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장기화되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국내 경기회복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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