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후임행장 키우기 나서나…金행장 10월 임기만료

  • 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24분



임기를 10개월 남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한국판 ‘잭 웰치식 후계자 키우기’에 나선 것인가.

27일 국민은행 인사에서는 윤종규(尹鍾圭) 김영일(金英日) 신기섭(申琪燮) 부행장 등 3명이 서로 자리바꿈을 하며 유력한 행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김 행장이 세 후보를 서로 경쟁시킨 뒤 그 가운데 한 명을 택해 ‘후계자’로 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후계자 선정의 포석인가=공식적으로 김 행장은 물론 국민은행의 그 누구도 ‘후계 구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또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은행 안에서는 대부분 ‘웰치식 후계자 양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민영화됐고 특별한 지배주주도 없다. 이 때문에 새 행장은 사실상 은행 자체적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국민은행은 또 은행 내 핵심인력들을 ‘톱 탤런트’라는 이름으로 별도 관리하면서 중요 보직의 경우 현직 간부가 차기 간부 2, 3명을 미리 점찍어 두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 주장과 외국 사례=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에 대해 외국처럼 체계적인 후계자 양성 절차를 마련하라고 일찍부터 촉구해 왔다.

박내회(朴乃會)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전경련이 주최한 포럼에서 “아무리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도 유능한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하면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며 “퇴임 3년 전에 3명 이상의 후임자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의 귀재’로 알려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웰치 전 회장의 경우 퇴임 전 7년 동안 15명의 CEO후보를 골라 3명으로 압축해 경쟁시킨 뒤 2001년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골랐다. 일본의 소니는 10년 뒤 회사 경영을 맡길 사장 후보 발굴을 목표로 CEO와 핵심경영진이 참여하는 경영인적자원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현석(李鉉晳) 대한상의 상무는 “한국의 은행장 자리는 재정경제부 관료나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독차지해 왔는데 국민은행 내부에서 후계자가 나온다면 신선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 행장 탄생할까=신기섭 부행장이 강력한 행장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이공계 출신 행장이 탄생할 것인지도 금융계의 관심거리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뒤 1981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신 부행장은 조사분야에서 행원으로 출발해 부장까지 지낸 금융전문가이다.

주로 상대(商大) 출신이 행장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은행권에서 만약 이공계 출신이 행장에 오른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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