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도 자체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버린의 요구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돼 3월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불꽃 튀는 표 대결이 예상된다.
▽공세에 나선 소버린=SK㈜는 사외이사 3명과 황두열(黃斗烈) 부회장,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 김창근(金昌根) SK㈜ 사장 등 사내이사 3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소버린은 이들을 대신할 이사 후보로 △한승수(韓昇洙·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나라당 의원 △김진만(金振晩) 전 한빛은행장 △남대우(南大祐) 전 가스공사 사외이사 △조동성(趙東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준기(金晙基)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겸 힐스 기업지배구조 연구센터 소장 등 5명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 가운데 남대우 김준기씨는 동시에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됐다.
소버린이 이처럼 거물급을 영입한 것은 이번 주총의 향방을 결정지을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이사는 “SK㈜ 이사 후보는 경륜과 전문성, 독립성에 있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만한 명망 있는 분들”이라며 “소버린만이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노력할 분들로 SK㈜ 주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SK㈜ 최태원(崔泰源) 회장과 사돈지간인 조동성 교수는 “이사 추천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받았다”며 “소버린의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한국 경제와 주주 전체를 대변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특정인(최 회장)의 퇴진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K의 대응=SK그룹은 화려한 경력과 높은 지명도를 갖춘 인사들이 이사 후보로 추천되자 난감해하고 있다. 이들보다 뛰어난 인사를 추천해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2월 초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핵심사안인 손길승 김창근씨의 연임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SK그룹 내의 파워게임과 직결된 문제여서 최 회장으로서도 입지가 넓지 않은 상황이다.
김창근 사장이 ‘SK그룹 5인 경영협의회’ 멤버로 참여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SK그룹은 손, 김씨의 이사직 연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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