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내 식용유 시장을 30여년간 석권해 왔던 신동방은 창사 38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비운을 맞았다. 아울러 국내 소재식품 분야에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CJ컨소시엄에 매각=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9일 “CJ와 KD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참여한 CJ컨소시엄에 신동방 지분 56.28%를 2032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J컨소시엄은 신동방의 상장 유지를 위해 현재 319억원의 자본금을 18억원대로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채권단과 소액 주주에 대해 각각 5 대 1과 10 대 1 비율로 감자(減資)를 결의한다. 이어 3월 초에는 500억원 규모의 증자(增資)를 해 자본금을 518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컨소시엄은 5월 말경 신동방의 전분당 사업은 CJ에, 식용유 사업은 KD파트너스에 각각 넘길 계획이다. KD파트너스는 기업구조조정회사로 식용유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인 뒤 재매각할 전망이다.
▽식품시장 판도 변화=CJ는 전분당 사업이라는 미개척지를 확보하게 됐다. CJ는 제당 제분 유지 등 국내 소재식품 각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식품업체. 전분과 전분당은 제과와 라면, 청량음료 등에 사용되는 재료로 마진율이 최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측은 “전분당 사업을 가져올 경우 제당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돼 국내 최대 소재식품 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D파트너스가 재매각할 것으로 알려진 식용유 부문은 동원과 삼양사 등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CJ가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46%로 1위지만 이들 기업이 신동방 식용유 부문을 인수하면 단번에 식용유 시장 2위로 뛰어올라 CJ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된다. 신동방은 현재 41∼42%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실패한 확장 경영=신동방은 1999년 1월 타계한 신덕균(申德均) 명예회장이 66년에 설립한 동방유량의 후신. 89년 장남 신명수(申明秀) 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확장의 길을 걸었고 96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사명(社名)을 신동방으로 바꿨다.
신 회장은 특히 장녀 정화씨가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맏아들 재헌씨와 결혼하면서 ‘대통령 사돈기업인’으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증권업 진출 특혜 의혹을 사기도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빌딩을 매입하고 주가조작으로 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신동방은 97년 당시 대농그룹이 소유한 미도파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주식 매집 경쟁에 나서면서 과도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고 신동방이 대규모 지분을 보유했던 동방페레그린증권마저 퇴출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99년 3월 신동방 등 4개 계열사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신동방의 매각작업도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동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노조의 방해로 정밀 실사(實査)가 어렵다며 인수를 중도 포기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신동방 매각 일지 | |
▽1999년 4월 | 워크아웃대상 기업 선정 |
▽2000년 1월 | ㈜해표와 합병 |
▽2002년 6월 | 신동방 본사 사옥 매각 |
10월 |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매각 |
11월 | 자율추진기업으로 전환 |
▽2003년 2월 | 10 대 1 자본금 감자 결의 |
3월 | 매각추진 결의 |
5월 | 주식 재상장(자본금 319억원) |
8월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동원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 |
11월 | 동원, 신동방 인수포기 |
12월 | CJ컨소시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
▽2004년 1월 | CJ컨소시엄 매각 본계약 체결 |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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