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방 CJ컨소시엄에 팔렸다…채권단과 본계약 체결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27분


‘해표식용유’로 유명한 신동방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5년 만에 CJ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에 따라 국내 식용유 시장을 30여년간 석권해 왔던 신동방은 창사 38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비운을 맞았다. 아울러 국내 소재식품 분야에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CJ컨소시엄에 매각=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9일 “CJ와 KD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참여한 CJ컨소시엄에 신동방 지분 56.28%를 2032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J컨소시엄은 신동방의 상장 유지를 위해 현재 319억원의 자본금을 18억원대로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채권단과 소액 주주에 대해 각각 5 대 1과 10 대 1 비율로 감자(減資)를 결의한다. 이어 3월 초에는 500억원 규모의 증자(增資)를 해 자본금을 518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CJ컨소시엄은 5월 말경 신동방의 전분당 사업은 CJ에, 식용유 사업은 KD파트너스에 각각 넘길 계획이다. KD파트너스는 기업구조조정회사로 식용유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인 뒤 재매각할 전망이다.

▽식품시장 판도 변화=CJ는 전분당 사업이라는 미개척지를 확보하게 됐다. CJ는 제당 제분 유지 등 국내 소재식품 각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식품업체. 전분과 전분당은 제과와 라면, 청량음료 등에 사용되는 재료로 마진율이 최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측은 “전분당 사업을 가져올 경우 제당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돼 국내 최대 소재식품 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D파트너스가 재매각할 것으로 알려진 식용유 부문은 동원과 삼양사 등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CJ가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46%로 1위지만 이들 기업이 신동방 식용유 부문을 인수하면 단번에 식용유 시장 2위로 뛰어올라 CJ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된다. 신동방은 현재 41∼42%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실패한 확장 경영=신동방은 1999년 1월 타계한 신덕균(申德均) 명예회장이 66년에 설립한 동방유량의 후신. 89년 장남 신명수(申明秀) 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확장의 길을 걸었고 96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사명(社名)을 신동방으로 바꿨다.

신 회장은 특히 장녀 정화씨가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맏아들 재헌씨와 결혼하면서 ‘대통령 사돈기업인’으로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증권업 진출 특혜 의혹을 사기도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빌딩을 매입하고 주가조작으로 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신동방은 97년 당시 대농그룹이 소유한 미도파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주식 매집 경쟁에 나서면서 과도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고 신동방이 대규모 지분을 보유했던 동방페레그린증권마저 퇴출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99년 3월 신동방 등 4개 계열사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신동방의 매각작업도 순탄치 못했다. 지난해 동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노조의 방해로 정밀 실사(實査)가 어렵다며 인수를 중도 포기해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신동방 매각 일지
▽1999년 4월워크아웃대상 기업 선정
▽2000년 1월㈜해표와 합병
▽2002년 6월신동방 본사 사옥 매각
10월㈜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매각
11월자율추진기업으로 전환
▽2003년 2월10 대 1 자본금 감자 결의
3월 매각추진 결의
5월주식 재상장(자본금 319억원)
8월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동원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
11월동원, 신동방 인수포기
12월CJ컨소시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2004년 1월CJ컨소시엄 매각 본계약 체결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