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캐논 ‘투자U턴’ 성공할까…설비투자 80% 국내에

  • 입력 2004년 2월 1일 19시 10분


캐논의 ‘투자 U턴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디지털카메라와 사무기기 부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본 캐논사(社)가 올해부터 3년간 설비투자액의 80%를 일본 국내에 쏟아 붓기로 결정했다. 많은 기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앞다퉈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옮기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어서 일본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관심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설비투자액 7800억엔(약 7조8000억원) 중 약 80%인 6240억엔을 일본 내 설비확충에 쓰기로 했다.

중점 투자대상은 수도권 가나가와(神奈川)현의 박형(薄型)패널 공장, 오이타(大分)현의 디지털카메라 공장, 도쿄(東京) 본사의 첨단기술연구소 등. 중국 동남아 등 해외투자 규모는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되 늘어난 금액은 모두 국내용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캐논은 2002년 중국 쑤저우(蘇州)에 대규모 복사기 공장을 설립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생산거점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이에 따라 일본 밖 아시아에서의 생산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40%로 높아졌다.

캐논측은 이번 투자결정에 대해 “단순조립 위주의 중국공장 확충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좀더 높이려면 일본 내 생산설비의 고급화가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 제품은 계속 중국에서 제조하되 핵심부품과 고기능 제품은 일본에서 만드는 식으로 이원화한다는 것.

선진국 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똑같은 캐논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중국제보다는 ‘메이드인저팬’ 상표를 붙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캐논은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급적 중국시장에만 내놓고 미국 유럽 등에 수출하는 제품은 일본에서 만들 계획이다. 중국에서 생산해오던 저가품을 일본에서도 만들기 위해 전자동제조 라인을 일본 내 사업장에 설치하기로 했다.

캐논 관계자는 “중국의 인건비가 일본보다 낮지만 설비를 완전자동화하면 중국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논은 지난해 2757억엔(약 2조7500억원)의 세후(稅後) 순이익을 올려 4년 연속 창사(創社) 이후 최고이익 경신 기록을 이어갔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일본 기업의 희망’으로 떠오른 캐논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의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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