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石南 李慶成·85)씨가 최근 펴낸 수필집 ‘망각의 화원’(삶과꿈 간)에는 ‘늙어가는 쓸쓸함’이 솔직하게 배어 있다. 상처(喪妻)하고 외딸 부부마저 이민가는 바람에 홀로 남은 그는 화려한 젊은 날을 보내고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온 한 평범한 노인이 느끼는 삶과 인생의 고민들을 담담하게 토로했다.
‘노인의 일상이 끝없는 괴로움이라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나는 부디 곱게 늙어 편안히 죽게 해 달라 기도하지만 뜻대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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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보다 더 힘든 병이 고독이다. 혼자서 짓눌리는 침묵의 고독을 견디기보다 차라리 옆에 있는 사람과 악을 쓰고 욕을 하고 싸우고 미워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미술평론가 1세대로 손꼽히는 석남. 두 차례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워커힐미술관장을 거쳤고 홍익대 교수, 삼성문화재단과 현대미술관회 이사 등을 지내면서 화단((화,획)壇)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지금 서울 평창동의 한 노인병원에서 홀로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곱게 늙기 위해서는 ‘자랑하지 말고 잔소리하지 말고 이제는 내 차례가 아님을 인정하고 욕심을 버리고 몸은 비록 늙었어도 정신은 늘 먼 데를 바라보는 낭만을 가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2일 오후 서울 모란 갤러리에서는 그가 만든 ‘석남미술상’ 시상식과 함께 수필집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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