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핵심은 신규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배당 또는 자사주(自社株) 매입·소각을 통해 즉각 주주이익을 높일 것인가이다.
지난달 27일 인터넷기업 NHN은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지난해 4·4분기(10∼12월) 실적을 내놓았다. 실적 부진 원인은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상승. 이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NHN은 “앞으로 인력을 30∼40% 더 늘리겠다”면서 “올해 배당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같은 날 미국 월가.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기업설명회에서 “주주가치 보호보다는 설비투자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배당을 더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상당수 증시 관계자들은 과연 두 회사가 투자 우선 전략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와 NHN은 외국인 지분이 각각 67%, 20%에 달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선호기업이기 때문.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이 커지면서 배당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외국인 지분이 높아지면서 고(高)배당 정책으로 돌아선 대표적인 업종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경제가 투자 부진으로 인한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 우선’ 경영이 과연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우선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투자를 통한 새로운 이익 성장에 더 관심을 둬야 할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너도 나도 ‘배당 열풍’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성장기업의 고배당 정책은 투자금 확보라는 전제조건이 만족됐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며 “국내 벤처캐피털이 거의 죽은 상황에서 코스닥기업들이 배당에만 골몰한다면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보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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