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LG카드 지원 거부 파장

  • 입력 2004년 2월 5일 14시 25분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이사회는 LG카드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LG카드 사태는 다시 혼미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외환은행은 5일 '4일 이사회에서 LG카드 채권단 공동관리방안(출자전환 및 신규 유동성 지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미국계 펀드인 칼라일이 최대주주인 한미은행도 LG카드 지원 관련 3차 이사회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미은행은 추후 이사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으나 외환은행의 결정에 따라 LG카드 지원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결정과 관련해 하나은행도 LG카드에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조흥과 기업은행은 지원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당초 약속된 금액은 지원하되 추가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으며 산업은행은 정부와 협의해서 대응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정부 당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외환카드 합병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LG카드까지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의 이번 결정은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 된 이후 금융당국이나 정부 정책의 입김이 먹혀들지 않는 첫 사례로 분석돼 앞으로 정부의 금융정책에도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

외환은행은 지원 예정금액이 500억원, 한미은행은 300억원 정도다.

산업은행이 LG카드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외환은행의 지원 거부에 따라 당장 LG카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한 조흥 등 일부 은행들이 '16개 채권은행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조건하에 지원에 참여한다'는 조건부 지원을 결의한 상태여서 이들 은행은 이사회를 새로 열어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지난해 11월부터 LG 카드 부실을 놓고 벌어진 정부 채권단 LG그룹의 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의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외국인 대주주 은행이 내부 사정을 들어 LG카드 지원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채권단이 당초 합의한 LG카드 지원안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스스로 합의한 LG카드 지원안이 백지화될 경우 피해자는 채권단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채권단 스스로 현명한 해결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은 16개 채권단 중 외환은행이나 한미은행이 지원을 거부할 경우 나머지 14개 채권단이 부담을 나누거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떠안는 방안을 갖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뉴스팀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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