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공행진 뒤 추락이…”

  • 입력 2004년 2월 5일 16시 39분


'화려한 고공행진이 끝나면 쓰라린 추락이 시작된다.'

연일 급등하던 수산주와 제약주 등 소형 종목들의 오름세가 멈췄다. 조류독감 수혜 등을 이유로 5일 오전까지만 해도 '9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만들어가던 종목들이다.

예상보다 길어진 이상 급등세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증시 전문가들은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마지막에 폭탄을 떠안는 사람이 손실을 뒤집어쓸 상황이니 시세 분출에 속지 말고 위험을 보라"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우르르 무너진 상한가 종목들=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폭탄돌리기'의 전형인 LG카드. 외환은행의 지원 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간의 상한가 행진을 끝내고 한 때 다시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급변한 투자 심리가 번지면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다른 종목들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동원수산은 이날 오전 상한가에서 갑자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역시 오전까지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던 오양수산과 대림수산 등 다른 수산주도 모두 하한가로 돌아섰다.

이들 세 종목은 전날까지 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200%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던 상태. 작년 12월부터 따지면 10배 가량 뛰어올랐다.

과도한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다 기업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결국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소식이 퍼진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생선을 더 먹겠으며 그 양이 기업 실적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제약주도 마찬가지. 전날 거래소에서만 15개 종목이 무더기 상한가를 쳤던 제약주의 강세는 이날 대부분 10% 안팎으로 떨어지며 '1일 천하'로 끝났다. 유일하게 한국슈넬제약만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삼성증권 임돌이 애널리스트는 "조류독감의 간접효과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감 외에는 최근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이 아직 한국에 퍼지지 않았다는 점, 만약 퍼졌다고 해도 백신이 없어 제약회사의 실적에 아무런 변화를 못 가져온다는 점, 약효가 뛰어난 외국 제약회사 제품에 밀려 현재까지 개발된 항바이러스제 수익률도 좋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론이다.

▽소외됐던 자들의 이유없는 반발=그렇다면 주가는 왜 그렇게 올랐을까.

작년 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관련주나 이라크 전쟁 수혜주의 움직임처럼 테마에 편승한 단기 급등세 패턴은 다르지 않다. 다만 강도가 훨씬 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투기세력, 조정장세에서 내수주의 상대적인 부각, 웰빙(well-being) 바람의 영향, 순환매(循環買)의 유입, 저평가 상태의 부각 등이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형주의 단독 질주에 억눌렀던 중소형 소외주들의 반발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작년과 달리 중소형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황에서 투기심리가 겹치면서 시세가 조급하게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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