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급등하던 수산주와 제약주 등 소형 종목들의 오름세가 멈췄다. 조류독감 수혜 등을 이유로 5일 오전까지만 해도 ‘9일 연속 상한가’ 기록을 만들어 가던 종목들이다.
예상보다 길어진 이상(異常) 급등세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증시 전문가들은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마지막에 폭탄을 떠안는 사람이 손실을 뒤집어쓸 수 있으니 주가 급등에 속지 말고 위험을 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우르르 무너진 상한가 종목들=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폭탄 돌리기’의 전형인 LG카드. 외환은행의 지원 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간의 상한가 행진을 끝내고 한때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여파는 곧바로 다른 급등주에 영향을 미쳤다.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하던 다른 종목들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동원수산은 이날 오전 상한가에서 갑자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역시 오전까지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던 오양수산과 대림수산 등 다른 수산주도 모두 하한가로 돌아섰다.
이들 세 종목은 전날까지 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200%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던 상태. 작년 12월부터 따지면 10배가량 뛰어올랐다.
과도한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다 기업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결국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확산 여파가 수산물 가공업체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유행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제약주도 마찬가지. 전날 거래소에서만 15개 종목이 무더기 상한가를 쳤던 제약주의 강세는 이날 대부분 10% 안팎으로 떨어지며 ‘1일 천하’로 끝났다. 유일하게 한국슈넬제약만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삼성증권 임돌이 애널리스트는 제약주의 상승과 관련,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심리적인 기대감 외에는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이 확산되더라도 백신이 없어 제약회사의 실적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 에이즈 치료제 등 지금까지 개발된 항바이러스 약품도 약효가 뛰어난 외국 제약회사 제품에 밀려 판매가 신통치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결론이다.
▽소외주들의 ‘이유없는 반발’(?)=그렇다면 주가는 왜 그렇게 올랐을까.
작년 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관련주나 이라크 전쟁 수혜주의 움직임처럼 테마에 편승한 단기 급등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강도가 훨씬 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투기세력의 준동, 조정장에서 내수주의 상대적인 부각, 웰빙(well-being) 유행의 영향, 순환매(循環買)의 유입, 저평가 상태 부각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작년 이후 ‘대형주의 독주(獨走)에 눌렸던 중소형 소외주들의 공세’라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는 지적.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작년과 달리 중소형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황에서 투기심리가 겹치면서 시세가 조급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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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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