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투기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전매 제한 등을 뼈대로 한 ‘토지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됐지만 토지시장은 별다른 동요의 기색이 없다.
오히려 그 전에 발표된 그린벨트 완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산업단지 최소기준 면적 완화 등 일련의 토지시장 규제 완화 조치에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토지공동투자업체인 부동산퍼스트의 나창근 사장은 “행정수도 이전, 고속철 개통 등 개발호재를 갖춘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가운데 경기 양평, 충남 당진 서산 태안 등 허가구역 인근 지역에 추가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원주택토지정보업체 오케이시골 김경래 사장은 “지난해 쏟아진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 시장을 빠져나온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빠르게 흘러들고 있다”면서 “토지시장은 아파트와는 달리 거래상 다양한 편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규제의 약발이 쉽게 듣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설 이후 활황세 이어가는 수도권 토지시장=한 토지개발업체의 J사장은 최근 소액공동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자 사전 접수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정원(300명)을 웃도는 지원자가 몰렸다. 세미나를 시작하기도 전에 유치 목표액의 30%에 상당하는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J사장은 “토지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처럼 폭발적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수도권 토지시장에 몰리는 자금의 일차적인 진원지는 판교로 지목된다. 판교지구에 대한 토지 보상은 현재 80%가량 이뤄졌다. 2조원가량의 돈이 풀린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풀린 돈은 크게 두 갈래로 움직이고 있다.
대대로 판교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광주, 용인 등 판교 주변 지역에서 대체 농지나 주택을 마련하고 있다. 판교에 땅을 갖고 있던 외지인들은 보상금을 개발 호재가 있는 경기 동탄 신도시, 평택, 양평 등지와 충남 당진 태안 등 서해안 일대까지 투자 무대를 넓히고 있다.
노경호 유니에셋뱅크 사장은 “분당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광주시 신현리, 능평리, 오포읍 일대와 용인시 고기동, 동천동, 수지 일대 농지 거래가 활발하다”면서 “이천, 여주 쪽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평군 일대를 둘러보았다는 한 부동산투자 컨설턴트는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양평 일대는 2008년 부분개통 되는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 나들목 예정지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택 천안 아산 일대 투자열기 여전=현지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일대에는 최근 서울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평택은 대부분의 토지가 개발이 제한되는 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다. 주한미군 이전이 본격화되면 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해질 형편이다. 이런 주택수급 불일치를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평택시 대현공인 박영민 이사는 “작년 8월까지 평당 60만∼70만원이던 도로변 관리지역이 요즘 150만원을 웃돌고 있으며 용도 변경을 해서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연녹지의 시세도 100만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경부고속철 개통, 아산신도시 1단계 보상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 충남 천안 및 아산권에도 매수 대기자들은 줄을 서 있다. 반면 땅 임자들은 ‘땅값이 한 단계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
천안 지역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해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였지만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전매 제한 규제(농지 6개월, 임야 1년)에 동요의 기색이 없는 것으로 봐서 대다수가 장기투자자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서해안 일대도 들썩 조짐=지난해 펜션이 인기를 끌면서 강원도 일대에 불어닥친 토지투자 열풍은 이제 서산 당진 태안 등 서해안 일대로 옮겨갈 조짐이다. 지난해 강원지역 펜션 부지의 땅값이 30∼40% 급상승한 데 반해 이들 지역은 비교적 잠잠했기 때문.
김경래 사장은 “올 들어 서산 당진 태안 등 서해안 일대 토지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안면도 일대 A급 펜션 부지는 호가 기준으로 2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서해안 일대는 토지 거래가 자유롭고 염전 등을 싼 값에 대량 매입할 수 있어 최근 사기성이 농후한 ‘기획부동산’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강경래 한국개발컨설팅 사장은 “최근 3000만∼5000만원대 소액 투자자들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주지역 땅을 답사하는 일이 잦아졌다”면서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등 개발이슈가 많지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발표된 주요 토지시장 관련 대책 | |
토지시장 안정 대책(2월 4일) | 토지시장 규제완화 대책(1월 5일∼2월 2일) |
<토지거래허가제 강화> - 농지 6개월, 임야 1년간 전매 제한 - 토지의 일정기간 이용목적 변경 제한 - 실거래 확인시 주택매매 및 전세계약서 등 제출 의무화 - 토지 증여시 사전 검증하고 증여도 장기적으로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 <토지투기지역 지정 확대> - 2003년 4·4분기 중 땅값 이상 급등 지역 가운데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및 수도권 신도시 개발지 등을 투기지역으로 지정 <투기혐의자 조사 강화> - 토지거래전산망 활용해 2회 이상 거래자, 2000평 이상 거래자, 미성년 거래자, 증여받은 사람 등을 국세청에 수시 통보 - 충청권 및 수도권의 이상 거래자를 이번주 중 국세청에 통보 | <그린벨트 규제 완화> - 올해 중 서울 인천 대전 등 전국 10곳의 그린벨트 내 도시공원 조성 - 서울시 올해 총 258만여평의 그린벨트 해제 |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460개 지역 8322만평에 대해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또는 관리요건 완화 | |
<산업단지 최소기준 면적 완화> - 올해 중 산업단지 최소 면적기준을 현행 15만m² (약 4만5000평) 이상에서 3만m²(9090평) 이상 으로 낮출 계획 |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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