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자체가 없었을까=경찰은 8일 현재까지 투자금이나 투자자가 전혀 나오지 않았고, 피해를 봤다는 제보자도 없다는 점을 토대로 민씨의 펀드 자체가 없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민씨가 왜 “653억원을 모았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했는지, 그 동기와 목적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번 사건을 경기 이천시에 건립 예정인 종합병원의 수익시설 운영권을 두고 민씨가 벌인 사기행각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가 “민씨가 이천중앙병원건립추진과 관련해 벌인 사기행각이 더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민씨를 고소하지 않은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 병원의 식당운영권을 받으려고 민씨에게 5억여원을 건넨 박모씨(50)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뒤늦게 처벌을 원해 민씨가 6일 구속됐을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민씨를 고소하지 않았다.
한편 그동안의 정황으로 볼 때 투자자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민씨는 지난달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47명의 투자자는) 원금은커녕 10원짜리 하나 건지지 못해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투자자와 민씨 사이에 투자약정만 있고 실제 돈이 오가지 않았거나 민주당의 주장처럼 총선용 자금 등 ‘불순한 의도’를 지닌 투자였다면 “내가 투자자다”라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경찰이 민씨와 관련된 계좌를 30여개나 추적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인력만으로 추적한 점 △당초 모금 사실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민씨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말을 번복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점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의 조사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한마디로 경찰 수사가 민씨의 진술에만 맴돌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수사 상황=경찰은 지난 주말 민씨와 자주 통화한 8, 9명을 소환해 조사하고 30여개의 예금계좌를 추적했으나 모금 의혹과 관련해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씨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현재까지 계좌추적에서 큰돈이 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씨와 함께 ‘이천중앙병원’ 건립을 추진한 동업자 이씨를 조사했으나 그에게서도 별다른 수사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투자금 유입 단서를 찾기 위해 금융 계좌추적을 확대하는 한편 통화명세 조회에서 확보한 민씨 주변 인물에 대한 소환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
경찰은 또 민씨가 “펀드 모집 사실이 없다”며 모금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민씨를 검찰로 송치하는 13일까지 집중 조사를 벌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방침이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민경찬 의혹 일지▼
△1월 28일=시사저널 인터뷰, 민씨는 “벤처기업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는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650억원이 넘는 거액을 모았다”고 주장
△1월 30일=금융감독원, 민씨를 대면조사. 경찰청 특수수사과 내사 착수
△1월 31일=경찰, 민씨 출국금지 조치
△2월 3일=민주당, “‘7인 대책회의’가 민경찬 펀드 모금을 주도했다”고 주장
△2월 4일=경찰, 민씨 집과 사무실 등 5곳 압수수색.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민씨 임의동행으로 연행 뒤 긴급체포. 민씨는 “653억원을 모금한 것은 사실이며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
△2월 5일=민씨, 경찰 조사에서 “모금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 번복
△2월 6일=경찰, 사기 혐의로 민씨 구속
▼정리▼
①계좌 30여개 추적에 전문가 동원안해
②閔씨 "모금 안해" 말 번복이유 못밝혀
③관련자 불러 언론보도내용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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