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행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외국계 사모(私募)펀드가 국내기업 지분을 매집한 뒤 취하는 ‘경영간섭’의 행태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큰손’ 개인들의 매집대상이 된 업체들은 대부분 증권시장에서 지명도가 낮은 생소한 기업들이다. 단순 시세차익이 최종 목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주식들은 대부분 인수합병(M&A) 재료가 힘을 잃으면 급락한다. 뒤늦게 따라붙은 ‘순진한’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경영권 위협하는 배짱 좋은 개미들=개인투자자 경규철씨는 10일 서울식품 보통주 21만980주(4.43%)를 추가로 매수해 보유주식수가 79만6000주(16.10%)로 늘어났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본보 10일자 B8면 참조).
서울식품 최대주주인 서성훈 사장 지분(16.08%)을 웃도는 단일 최대주주. 20대 회사원인 경씨는 기존 경영진 교체 등 ‘경영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서울식품 주가는 이번 지분매입으로 1월 16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255.8%나 올랐다.
이에 앞서 남한제지는 지난달 29일 개인투자자 박주석씨가 “현 경영진을 상대로 M&A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달 4일까지 5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남한제지 주식 17만7000여주(6.94%)를 확보한 박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한제지 경영진과 주요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개인사업가 민정홍씨는 코스닥기업 한빛네트에 대해 5일 하루에만 지분변동 공시를 4건이나 했다. 그는 올해 9.99%까지 지분을 늘렸다가 최근 37만여주를 팔면서 현재 3.75%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라고 신분을 밝힌 김동성씨는 코스닥기업 링네트 주식 37만1391주(5.01%)를 매입했다고 6일 금감원에 신고했다. 회사측은 “경영 실적이 호전되는 것으로 판단해 투자 차원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개인 큰손으로 알려진 김모씨는 한국금속공업 지분 21%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외부감사 교체 등 적극적으로 경영 간섭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 관련 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하기 투자’는 낭패 볼 수도=개인투자자가 지분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싼 종목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대상종목이 무엇이든 지분 경쟁이 벌어지면 일단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식품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들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기업가치가 주가 수준을 설명하지 못할 경우 주가는 투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주가 급변동 가능성이 높아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기업가치가 받쳐주지 않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과 같다”며 “주가 급변동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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