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납 7가구당 한집…저소득층 '유난히 추운 겨울'

  • 입력 2004년 2월 10일 19시 27분


광주 북구 D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박모씨(58)는 일감을 구하지 못해 3개월치 관리비가 밀려 1일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박씨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아파트 인근 복지관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남은 밥을 얻어 저녁식사를 한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박씨처럼 전기료, 수도료, 전화요금, 건강보험료, 지방세 등 생활 기초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공과금 체납자 속출=1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649만 전기 수용가 가운데 3개월 이상 전기료를 체납한 건수는 240만건이며 이 가운데 63만4000건에 단전조치가 내려졌다.

2002년 48만6000건에 비해 무려 30.4%가 늘어났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사용량이 월 100kW 미만인 저소득층 가정에 대해서는 단전조치를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료 연체자도 급증했다. 지난해 광주 전남지역 전화 가입자 145만8000여명 가운데 연체자는 24만8600여명(15.9%)이며 연체 전화료만 27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지방세 체납액도 불어나고 있다. 경남도의 지난해 지방세 미수납액은 1929억7600만원으로 2002년에 비해 147억원이나 늘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충북도는 전체 가입자의 18.8%에 달하는 4만8850가구가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급여가 정지됐으며 2년 이상 장기체납자도 1만279가구에 달하고 있다.

▽겨울이 더 서러운 영세민=영세민이나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영구임대아파트에는 특히 전기나 수도는 물론 심지어 가스까지 끊겨 힘겨운 겨울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주택관리공단 광주 전남지사에 따르면 2002년 광주 전남지역 영구임대아파트 2만6476가구 가운데 관리비 체납 가구는 5567가구였으나 지난해 6544가구로 늘었다.

광주 북구 D아파트 관리소장은 “수도 전기가 끊긴 가구가 매달 평균 10여가구이며 일부 가구에는 가스 공급마저 중단되기도 한다”면서 “관리비를 10개월 이상 연체하다 몰래 이사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산남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자치단체 등이 경제적 이유로 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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