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모으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정에 들락거리고…. 쏟아야 할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재판 기간은 1년을 훌쩍 넘기기가 예사다. 간신히 1심에서 이겨도 다시 지루한 2심, 3심 법정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최종 승소판결을 받고도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배상 능력이 없으면 ‘상처뿐인 영광’이 돼 버릴 수 있다.
‘유령주식’으로 피해를 본 동아정기 중앙제지 모디아 대호 등 4개 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뿐 아니라 주금 허위 납입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특히 보유 주식이 정리매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휴지조각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분노감이 커졌다.
그러나 시작하는 발걸음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8일까지 회비를 입금한 사람이 171명밖에 안 됩니다.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아직 반도 걷히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대표진의 일처리가 늦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주주로서 책임부터 다하십시오.”(대호 소액주주)
“3000만원이 필요한데 아직 200만원밖에 안 모였습니다. 마감일까지 비용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취소된다고 합니다. 책임은 안 지고 이익만 챙기겠다는 겁니까?”(모디아 소액주주)
소액주주 소송 준비를 위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온라인상 교류를 통해 결속력을 다지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실제 지난주 금감원에서 벌인 단체시위에도 모디아 주주들의 경우 간신히 10여명이 모였을 뿐이다.
한 주주모임 대표는 “법률 지식 부족으로 대응이 어렵고 언론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정신적 피로감으로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이 있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액주주들이 초기에 ‘반짝 흥분’에 그치지 말고 힘을 모아 진지하게 대응에 나서려는 자세가 아쉬운 시점이다.
이정은 기자 lig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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