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閔景燦·구속)씨의 투자금 모금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민씨와 경찰, 민씨의 인터뷰를 공개한 시사주간지의 주장이 엇갈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검찰 송치일(13일)까지 이틀을 남긴 경찰은 11일 펀드를 모금한 적이 없는 민씨가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상태. 그러나 10일 시사저널이 민씨와 10여차례 가진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민씨와 경찰, 청와대가 사전에 말을 맞춘 의혹이 있다”고 보도함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은 다시 커졌다.
▽복잡한 ‘진실게임’=10일 발간된 이 주간지에는 민씨가 수감된 이후인 6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 사장이라는 사람 명의로 계좌를 새로 만들어 (투자금을) 깨끗이 정리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즉 민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거액의 투자금을 누군가의 계좌로 옮기는 ‘계좌 세탁’을 했다는 것.
긴급체포 상태에서 경찰의 도움 없이 ‘계좌 세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 이 때문에 경찰이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민씨의 계좌 세탁에 도움을 줬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은 “기사화한 모든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 이상원(李相元) 특수수사과장은 “전부 추측기사”라며 “(민씨가 수감된) 유치장 면회실은 유리로 막혀 있다. 수감자와 면회자가 이야기 하려면 서로 유리창 가까이 얼굴을 대야 하며 그래도 소리가 들릴까 말까인데 그걸 어떻게 녹음했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 과장은 또 “면회 내용은 입회 경찰관이 기록을 하는데 그 기록에는 ‘박 사장’ 운운하는 대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씨도 10일 공개한 자필진술서에서 “보도 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보도를 취소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경찰은 보도 내용의 확인을 위해 수사를 더 진행할 뜻은 없다고 밝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민씨는 “시사저널 기자와 대질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경찰은 “대질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미지근한 반응. 경찰은 또 인터뷰를 모두 녹음했다고 주장하는 시사저널 기자를 소환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의혹 자초한 경찰=수사 마감을 이틀 앞둔 상태에서 경찰 수사에 성과가 없자 “경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경찰이 청와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사전에 조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 마당에 ‘민경찬 펀드는 실체 없는 거짓말’이라는 경찰의 잠정 수사결론이 설혹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다.
또 지난달 31일 민씨를 출국 금지시켰던 경찰이 3일 오전까지 이 사실을 숨기는 등 사건 초기 민씨를 보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신뢰도를 떨어뜨린 결정적인 원인이다.
결국 이 사건은 13일 송치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가 규명될 전망이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11일 국회 청문회에서 “경찰이 민씨 사건을 송치하면 어떤 예단을 갖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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