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계가 신임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발언과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신용카드 문제를 거론,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카드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방식으로 푸느냐에 따라 LG카드, 삼성카드 등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카드사들의 운명이 완전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총리가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을 처리과정에서 보여줬던 '결단력'을 다시 선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총리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정부의 방침으로 산업은행에 의해 위탁경영되는 LG카드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부총리의 출현으로 LG카드 회생과 카드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카드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시장은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들의 책임을 강조한 만큼 LG카드 회생에 비협조적이던 채권단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며 다른 채권단의 동요도 막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금융의 달인'인 이 부총리라면 가맹점 수수료 인상, 리볼빙 제도 확대 등을 통해 신용카드 업계 전체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원칙을 강조하는 부총리의 성격상 금융기관이나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은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 카드정책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시간을 두고 신용불량자 제도의 대폭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