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50만원 이상을 접대할 때 접대받는 상대방을 적도록 하는 접대비 실명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취임 첫날인 11일 저녁 재경부 1급 간부들과 산하 외청장들이 참석한 상견례 자리에서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에게 국세청이 시행 중인 접대비 실명제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심각한 내수 부진을 염두에 둔 듯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시기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취지에 대해 나중에 보고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이 부총리는 ‘접대비 실명제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거두지 않았다는 것.
이에 앞서 각 경제 부처는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접대비 실명제는 결과적으로 경기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는 최근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법 시행령에 입증대상 접대비를 국세청장이 정하도록 돼 있어, 증빙서류를 갖춰야 할 접대금액을 ‘50만원 이상’으로 고시(告示)했을 뿐인데 국세청이 ‘욕’을 다 먹고 있다는 항변이다.
국세청 고위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재검토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접대비 실명제 실시 이후 음식점, 유흥주점,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올해 1월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음식점, 유흥주점, 골프장에서 50만원 이상을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건수는 모두 6500여건으로 지난해 12월(1만8000여건)보다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만원 미만 사용건수가 20% 감소한 것에 비하면 그 폭이 훨씬 크다.
한편 접대비 실명제 실시로 상품권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백화점 업계는 접대비 실명제에 대한 건의서를 다시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협회 고인식 전무는 “일본은 90년대 장기 경기침체를 겪을 때 정부에서 상품권을 사서 노인들에게 3만엔씩 나눠주기도 했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지는 못할망정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50만원 이상’인 실명 기재 요건을 ‘100만원 이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소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접대 실명제가 현재보다는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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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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