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간 성능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시장에 나오는 차종은 점점 많아지면서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은 전적으로 디자인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성능의 우열(優劣)을 가리기 힘든 자동차가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자동차전문 조사기관인 미국의 JD파워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성능이 최근 5년 동안 24%나 개선됐다고 추정했다. 성능이 가장 좋은 차와 가장 나쁜 차의 결함건수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차종도 다양해졌다. 1995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종류는 910종에 불과했는데 2002년 1314종으로 44%나 증가했다.
결국 성능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으며 튀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유인해야 한다.
예컨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개된 폴크스바겐의 ‘골프’는 지난해 판매 대수가 목표치에서 2만5000대나 부족한 11만대에 그쳤다. 이는 골프의 ‘따분한’ 디자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디자인이 자동차 판매에 주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디자인센터를 확충하고 인력을 늘리는가 하면 일류 디자이너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는 1990년대 초보다 디자인 예산을 50% 이상 늘렸다. 푸조는 1억6500만달러를 들여 파리 근교에 새로운 디자인개발센터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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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타 디자이너인 무라트 귀낙을, GM은 르노에서 앤 아스니오 디자이너를 각각 스카우트했다.
디자이너 영입 경쟁이 가열되면서 BMW와 폴크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 연봉은 100만달러(약 11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회사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르노와 폴크스바겐, 푸조는 수석 디자이너를 이사회에 참석시켜 경영전략을 논의한다.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의 경영진은 디자이너들이 3차원 동영상으로 제작한 몇 가지 모델의 콘셉트카의 모습을 보며 차세대 주력 모델을 결정한다. 푸조의 임원들은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말고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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