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경영책임 묻겠다"…주총앞둔 재벌 “나 떨고있니”

  • 입력 2004년 2월 15일 17시 54분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주총에서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주주들의 책임추궁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편 일부 회사들이 평일 이른 시간에 주총을 여는가 하면 같은 날 한꺼번에 주총을 갖는 회사들도 많아 소액투자자들의 주총 참가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월 중 상장기업 주총 일
주총일회사
20일SBS 페이퍼코리아
21일통일중공업
23일KG케미칼
25일세방전지
26일삼영
27일삼성전자 기업은행 효성 태평양 삼성SDI 삼성중공업 금강고려화학 제일기획 성신양회 CJ 호텔신라 등 38개사
28일세기상사 삼아알미늄
자료:증권거래소

▽소액주주 홀대하나=1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3일 현재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92개사로 이중 38개사(41.3%)의 주총이 이달 27일에 몰려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이 오전 9∼10시에 주총을 열어 소액투자자들이 같은 날 한 군데 이상의 주총에 참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총 쏠림현상’은 삼성그룹이 심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삼성전기 등 무려 11개 삼성 계열사가 27일 오전 9∼10시대로 주총 일정을 잡았다.

증권거래소측은 “대다수 12월 결산기업들이 주총 소집일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날짜와 시간대에 주총이 몰리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총감시연대 시민모임인 ‘경제정의 주총감시단’측은 “기업들이 담합이나 한 듯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하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에 최악의 주총 시즌이 될듯=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SK텔레콤 이사회에 손길승 최태원 이사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안건으로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내놓은 상태다.

SK㈜ 이사진 선임을 놓고 최태원회장측과 소버린자산운용이 벌이는 ‘표 대결’도 초미의 관심사다.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측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선 소액주주들이 과연 어느 편에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 LG 한화 등 주요 재벌그룹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문제와 신용카드사 등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도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사안이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올해 주총에선 연기금과 투신운용사 등 대형 기관투자가들도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확대 등 주주이익에 부합하는 안건에 대해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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