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씨티은행에 매각 유력…협상 막바지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11분


한미은행이 미국계 씨티은행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영국계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이 막바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15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고 실무 협상이 90% 이상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 씨티은행을 포함해 2곳이 경합 중이고 협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8월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이 삼성그룹의 한미은행 지분 9.8%를 인수하면서 한동안 이 은행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전했다.

현재 한미은행의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칼라일그룹으로 36.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은 9.8%를 보유해 2대 주주.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했던 칼라일그룹은 작년 11월 15일 지분 의무 보유 기간이 끝나면서 한미은행 매각 작업에 나섰다. 매각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13일 종가(1만4700원) 기준으로 칼라일그룹의 지분총액은 8156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최소 1조원은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올해 대전 대구 광주 등 3개 광역시에 지점을 새로 여는 등 국내 소매금융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한미은행 인수 방침은 이 같은 전략의 완결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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