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고기 안심하고 드세요]<1>위생적 도축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36분


《조류(鳥類)독감이 닭과 오리 관련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조류독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닭이나 오리고기 소비 급감으로 이어져 해당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닭이나 오리고기를 먹는 것과 조류독감 감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호흡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인 만큼 이들 고기를 높은 온도에서 익혀 먹으면 위험성이 없다는 것. 조류독감에 얽힌 오해와 예방법, 효과적인 육류 섭취 방법 등을 6회에 걸쳐 알아본다.》

007시리즈 영화 ‘네버다이’(18탄). 피어스 브로스넌과 양쯔충(楊紫瓊)이 ‘제임스 본드’와 ‘본드 걸’로 각각 나와 화끈한 액션을 보여준 오락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베트남에서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베트남의 한 도시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양쯔충이 악당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 곳곳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이 다급한 나머지 베트남인들의 집과 가게로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갔을 때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화들짝 놀란 베트남 사람 외에 집이나 가게 안에 있던 닭이나 오리들도 푸드덕 날아오르는 것.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닭이나 오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살아있는 상태로 사고파는 사례가 흔하다. 사람이 조류독감 감염원인 닭이나 오리의 분비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이 있을 수 없다. 1982년부터 축산물 가공처리법과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률이 바뀌어 살아있는 닭이나 오리를 일반 재래시장에서 즉석에서 잡아 팔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

대신 전국적으로 산재한 도축장 62곳(닭 51곳, 오리 11곳)에서 수의사가 입회한 가운데 3차례 검사(생체, 해체, 실험실 검사)를 거쳐 도축된다. 도축 과정도 정부가 정한 ‘유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따라 마련된 세균 잔류 및 시설 기준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죽은 닭은 절대 도축하지 않기 때문에 조류독감으로 죽은 닭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

더욱이 도축 후에도 별도 검사 과정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곧바로 선별이 된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피가 빠지지 않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붉은색을 띠기 때문.

농림부 김창섭(金昌燮) 가축방역과장은 “한국도 1970년대까지는 동남아와 비슷한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닭이나 오리들이 도축돼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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