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2003년 적자 8조 사상 최대…상반기까지 경영난

  • 입력 2004년 2월 15일 18시 59분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8조원의 적자를 냈다.

경기 침체로 카드 사용 액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연체율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경영난은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LG카드의 정상화도 그만큼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드사 대부분 적자=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7개의 2003년 적자 규모는 8조52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회사들은 지난해 1·4분기(1∼3월) 9178억원, 2·4분기(4∼6월) 1조6780억원, 3·4분기 (7∼9월) 1조331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4·4분기(10∼12월)에는 4조원대의 적자를 나타냈다.

LG카드가 3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됐고 외환카드(1조4304억원) 우리카드(1조3206억원) 삼성카드(1조2900억원) 순으로 적자폭이 컸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韓丁太) 애널리스트는 “2002년에는 카드사의 적자 규모가 2614억원에 불과했다”며 “현금서비스 등 카드 자산이 2002년 9월 120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으로 줄었고 대환대출에 대한 대손 충당금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2004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최근 일부 회사가 월별 순이익을 내는 등 업계에 조금씩 ‘햇살’이 들 조짐도 있지만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계 신용카드의 1월 연체율(1개월 이상)은 전 달보다 1.6%포인트 상승한 9.4%를 나타내는 등 카드 연체율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돼 올해 2·4분기 중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자코리아 김영종(金榮鍾) 사장은 “재무적 측면만 따지면 카드사들은 올해 6, 7월 이후에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증권 이준재(李峻宰) 애널리스트는 “카드회사들이 다중채무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경쟁적으로 줄이면 LG카드 정상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채무자들의 카드 빚 ‘돌려 막기’가 어려워지고 현금서비스 규모가 줄어 이익 기반이 훼손된다는 것.

한편 LG카드는 13일 채권단의 9539억원 출자(出資) 전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상화 작업에 들어갔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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