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환 조사는 대선자금 수사의 거의 마지막 수순. 검찰은 고강도 조사를 통해 대선 자금에 연루된 재벌 총수 등 기업인과 정치인을 대거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여 정재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자금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치인은 13명이, 기업인은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 등이 구속 기소됐다.
▽기업 총수 처리 전망=검찰이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의 고위 임원과 재벌 총수에 대해 형사 조치 의지를 밝힌 것은 기업의 수사 협조가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롯데 등 일부 기업은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자금에 대해 검찰이 단서를 내밀면 일부 자백하고 있지만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 준 돈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대선자금을 가장 많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국내 1위 기업 삼성에 대한 검찰의 조치다. 삼성에 대한 형사 조치 수준은 다른 기업 수사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李鶴洙) 부회장과 김인주(金仁宙) 사장 등이 노 캠프에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이는 불법자금이나 불법자금 조성 경위 등에 대해 진술하지 않으면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상황이 복잡하다. 상식적으로 3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이 총수의 동의 없이 전달됐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회장이 관련됐다는 명확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은데다 △검찰이 ‘수사에 협조한 기업’의 예로 삼성을 거명했고 △경제에 주는 충격 등을 고려할 때 이 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 이상을 한나라당에 제공한 LG,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총수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단서가 포착되지 않아 강유식(姜庾植) ㈜LG 부회장,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 등 구조조정본부장급 인사들에 대한 조치만이 예상된다.
롯데는 신동인(辛東仁) 롯데쇼핑 사장이 신경식(辛卿植) 한나라당 의원에게 직접 10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밝혀져 실무자가 아닌 총수급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 대선자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된 SK, 한화, 금호 등도 총수 사법처리 대상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정치 자금을 직접 전달한 김승연(金升淵) 회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이 형사 조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사법처리도 불가피=검찰은 특히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채권 282억원 가운데 150억원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혀 이 돈에 연루된 정치인이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돈의 행방과 관련,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 관련자 진술을 통해 삼성 채권을 직접 받았거나 이를 현금으로 바꾼 일부 정치인도 이미 밝혀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대선 자금 사용처 수사와 관련,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치인 명단을 검찰이 상당수 확보했다는 관측이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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