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이헌재 변수’ 돌출

  • 입력 2004년 2월 15일 19시 00분


‘금융통’이라고 불리는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취임으로 올해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더욱 거셀 전망이다.

금융계에선 이 부총리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인 ‘이헌재 사단’이 약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성격상 ‘칼처럼’ 경영 실적과 신용카드 부실책임을 가릴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 나온다.

▽금융권 인사에 이헌재 변수 등장=금융계에서는 올해 은행장만 7명이 교체되는 등 대형 인사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윤병철 회장과 전광우 민유성 부회장,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 등의 임기가 3월 말에 동시에 만료된다. 또 경남 광주 전북은행장의 임기 역시 3월 중에 끝난다.

또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5월,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최영휘 사장은 9월, 김상훈 국민은행 이사회 회장과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0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 인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직이 폐지되면서 은행권 인사에 대한 정부 입김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모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취임한 만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면서 “청와대도 이 부총리를 ‘모시는’ 과정에서 금융권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보장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사단 약진할까=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인사 대부분은 이 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을 맡고 있던 시절 금융권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 따라서 이 부총리와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힘든 상황이다.

‘이헌재식 인사’는 공석인 기업은행장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진 인사에서 실체가 드러날 예정이다.

공모가 진행 중인 기업은행장에는 현재 17명이 지원했다. 물망에 오른 인사 가운데 정기홍 전 금감원 부원장은 대표적인 ‘이헌재 사단’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 김상훈 국민은행 이사회 회장 등도 직간접적으로 이 부총리와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부실, 가계대출 확대 등에서 책임이 있거나 경영능력에 문제점이 드러난 사람에 대해서는 친분과 관계없이 이 부총리가 ‘비토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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