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합병, 외국계 은행의 진출 등으로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이 ‘탈(脫)권위’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신한은행 상도동지점 유희숙(柳熹淑·43·여·사진) 지점장. 지점장 6년차인 그는 요즘 은행업계의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뺏고 빼앗기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위기의식은 그를 은행 밖으로 내몰았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만났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냈다.
“서민들이 집을 옮길 때 부닥치는 가장 큰 고민은 유동성 문제였어요. 담보대출로 전환하기 전에 하루이틀 동안 이자가 높은 급전을 쓸 수밖에 없는데 서민들에게는 큰 부담이지요.”
그는 주변 중개업소, 법무사와 연계해 네트워킹을 구축했고 고객의 대출 상담을 중개업소에서 실시간으로 해결해줬다. 결과는 3년간 9000건 대출이라는 경이적 기록으로 이어졌다.
1억원 이상 예금자를 특별 관리하는 것도 고객관리 노하우. 고액 자산가인 이들에게 세무 상담, 재테크 상담 등 자산설계사역할을 하면서 ‘현장’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점장이 직접 영업을 뛰는 데 대해 처음에는 안팎에서 곱지 않은 소리도 들려왔지만 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 여신사업에 첫발을 내딛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창구직원으로서 객장에서 서민들을 직접 만나왔기 때문에 고객지향 마인드가 더 잘 갖춰져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역할이 강했던 은행업계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원칙을 지키려는 성격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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